프로배구 승부조작 직격탄 맞은 KEP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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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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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삼 감독 “팀 추슬러 PO 갈것”

프로배구 남자부 KEPCO45는 1945년 남선전기 시절 창단한 국내 최초의 실업 배구팀이 그 전신이다. 이름에 45를 붙인 것은 오랜 역사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역사는 길어도 성적은 별로 내세울 게 없었다. 2005년 프로 출범 때 아마추어 초청 팀으로 리그에 참가한 KEPCO45는 2008∼2009시즌까지 용병 없이 팀을 운영했다. 상무신협과 함께 꼴찌를 도맡아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시즌엔 달랐다. 잠깐이지만 선두에 이름을 올렸고, 그 뒤로는 치열한 2위 싸움도 벌였다. ‘만년 하위’라는 수식어를 떼고 진정한 프로 팀으로 거듭나는 듯 보였다. 최고의 시즌이었다.

그런 KEPCO45가 승부 조작의 직격탄을 온몸으로 맞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선수 5명이 모두 KEPCO45 출신이다. 9일 만난 구단 관계자는 “모든 비난이 KEPCO45로 쏟아지고 있다. 창단 이후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아본 적은 없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누구보다 애가 타는 사람은 신춘삼 감독(사진)이다. 홍익대와 한양대 감독을 지낸 뒤 2004년부터 한국배구연맹(KOVO) 운영팀장으로 일했던 그는 지난해 4월 KEPCO45 감독을 맡으며 지도자로 복귀했다. 그가 사령탑으로서 중점을 둔 것은 선수들에게 뿌리 깊이 박혀 있는 패배의식을 털어내는 것이었다. 은퇴를 하겠다는 선수를 설득하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힘들어하는 선수에게는 개인 사진집을 만들어 선물로 주며 다독이기도 했다. 그 선수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은 신 감독에게 충격이었다. 그는 “재임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을 통감하고 죄송할 뿐”이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승부 조작 여파로 KEPCO45의 팀 전력에도 구멍이 뚫렸다. 주전 3명이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신인왕 후보 서재덕은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9일 현재까지는 여유 있게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4위를 지키고 있지만 5위 드림식스와 6위 LIG손해보험의 추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남아 있는 선수들을 믿는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게 실망한 팬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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