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렵다는 V리그 승부조작, 1명만 매수해도 변형베팅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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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9일 07시 00분


‘프로배구 승부조작 어떻게 이뤄지나’ 불법사이트 클릭해보니…
V 가능성 큰 강팀 핸디캡 적용 등
승부조작 개입 여지 많도록 변형
경기 점수대 언더오버 지정게임도
홍보 은밀…서버는 대부분 해외에

이번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태는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한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에서 베팅만 해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강화된 개정안 발표 다음 날인 8일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를 통해 불법 베팅을 하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배구 선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특정선수 매수로 승부조작 가능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에서 배구는 승부조작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순히 승패가 아니라 세트스코어와 세트별 점수차까지 모두 예측해야 한다. 일부 선수 주도로 승부조작이 이뤄질 수 없는 구조다.

불법 사이트는 다르다. 일반 배구도 단순히 승패로 나눠 베팅할 수 있다. 또한 승부조작이 개입할 여지가 많도록 다양한 방식을 도입했다. 세트 별로 승패를 따지는 데 핸디캡과 언더오버 방식을 적용한다.

핸디캡은 말 그대로 강팀에 불리하고 약팀에 유리한 조건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화재와 KEPCO의 경기에는 삼성화재가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핸디캡은 강팀에 미리 -4나 -5의 불리한 조건을 붙인다. 삼성화재에 -4의 핸디캡이 지정되면 25-23으로 이겼어도 실제로는 21-23으로 세트를 내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기 전 삼성화재에 -10의 핸디캡이 주어졌다 치자. 삼성화재는 KEPCO에 15점 이상 허용하면 안 된다. 객관적인 기량에서 삼성화재가 아무리 강해도 15점 이하로 상대를 묶는 건 쉽지 않다. 자연스레 KEPCO 쪽에 돈이 몰린다. 이 때 브로커가 개입하고 KEPCO 선수를 매수해 아예 15점을 못 넘게 만들어 거액을 따는 것이다.

언더오버도 비슷하다. 배구는 세트 당 25점이다. 듀스가 없다고 가정할 때 양 팀 합쳐 최대 나올 수 있는 스코어는 25-23이다. 합치면 48점. 경기 전 삼성화재와 KEPCO의 경기를 40점으로 미리 지정한다. 베터들은 언더(40점 미만)나 오버(40점 이상) 중 한 쪽에 돈을 건다. 양 팀 합쳐 40점 이상이면 오버가 돈을 따고 넘지 못하면 언더가 딴다. 언더가 되려면 스코어가 25-14 이하가 돼야 한다. 삼성화재가 아무리 잘 해도 14점 아래로 막기는 어렵다. 돈은 오버에 몰리지만 약팀 선수들을 매수한 브로커는 언더에 돈을 건다. 약팀 선수들은 범실을 남발해 소속 팀 스코어가 14점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핸디캡이나 언더오버는 리베로나 공격수 등 특정 선수만 매수해도 승부를 조작할 수 있다.

이 밖에 특정 선수의 서브 에이스 횟수, 속공 및 후위공격 등 여러 형태에 대한 베팅도 가능하다. 사이트 운영자가 얼마든지 다양한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때는 단 한 명만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불법 사이트 단속 어려워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어떻게 베터들을 모집할까.

가장 기본적인 건 스팸 메일과 문자다.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스팸 메일과 문자를 받아본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포털사이트 등에서 스포츠중계를 할 때 댓글로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댓글에 ‘안전한 놀이터 있습니다’는 문장이 뜰 때가 있다. 놀이터는 도박 사이트를 지칭하는 은어다.

이렇게 해서 일정 숫자의 베터가 모이면 사이트는 이후 철저하게 비밀리에 운영된다. 사이트 주소도 회원들끼리만 공유하고 접속할 때는 반드시 지정된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있어야 한다. 회원등급별로 차등 사이트 주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계좌번호도 수시로 변경해 추적이 쉽지 않다.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발견하기도 어렵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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