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시즌중 용병교체, 잘못하면 감독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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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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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GS칼텍스 모험… 손발 맞추다 시즌끝날 우려
“차츰 나아질 것” 기대감도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과 GS칼텍스는 지난 시즌에 챔피언과 최하위로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던 팀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현대건설은 2년 연속 우승을, GS칼텍스는 꼴찌 탈출을 노렸다. 하지만 19일 현재 GS칼텍스는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러 있고 현대건설은 5위로 추락했다. 동병상련의 두 팀은 최근 시즌 중 용병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했다.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의 “오죽하면 그랬겠냐”는 말처럼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를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 선수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괜찮은 선수라면 이미 다른 리그에서 뛰고 있기 때문이다. 어렵게 구해와도 세터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일도 문제다. 외국에서 펄펄 날았던 선수라도 국내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 교체 시기가 늦어지면 손발만 맞추다 시즌을 끝낼 수 있다.

웬만하면 시즌 개막을 함께한 선수를 믿는 게 감독으로서도 편할 테지만 불가피한 상황은 있기 마련이다. 상위권 팀이라면 포스트시즌을 대비하기 위해, 하위권 팀은 꼴찌만큼은 피하기 위해 실낱같은 가능성을 믿고 승부수를 띄운다. 역대 시즌 중 용병 교체는 남녀 통틀어 11차례로 많지 않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2009∼2010시즌의 GS칼텍스가 손꼽힌다. 3라운드 후반까지 2승 10패로 꼴찌였던 GS칼텍스는 미국 출신의 데스티니를 영입하면서 180도 달라졌다. 도로공사와의 국내 데뷔 무대에서 팀의 8연패를 끊은 데스티니는 그날 경기를 포함해 파죽지세의 14연승을 이끌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역대 시즌 중 교체 용병 사례를 보면 데스티니는 이례적인 경우다. 대부분은 용병을 바꾼 뒤에도 현상 유지에 그쳤고 아예 안 바꾸는 게 나은 경우도 있었다. 꼴찌로 시즌을 마친 팀은 있어도 우승한 팀은 없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데스티니 효과’를 톡톡히 누린 GS칼텍스는 지난 시즌에도 용병을 중도 교체했지만 교체 전 2승 8패였던 팀 성적은 교체 후 2승 12패로 되레 나빠졌다.

3시즌 연속 외국인 선수를 바꾼 GS칼텍스는 새 용병인 로시의 합류 이후 2승 4패를 기록하며 전력이 한층 나아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현대건설의 새 용병 브란키차는 첫 경기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지만 두 번째인 선두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팀 최다인 28점을 올리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로시와 브란키차 가운데 ‘제2의 데스티니’가 나올 수 있을까.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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