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도사 김동문 “용대야, 氣 받아라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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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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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찾아 올림픽 조언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에 출전 중인 이용대(왼쪽)가 4일 경기장을 찾은 선배 김동문을 반갑게 맞아 손을 맞잡으며 포즈를 취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리고 있는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에 출전 중인 이용대(왼쪽)가 4일 경기장을 찾은 선배 김동문을 반갑게 맞아 손을 맞잡으며 포즈를 취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동료들과 웃고 떠들던 이용대(24·삼성전기)의 얼굴에 갑자기 긴장한 빛마저 감돌았다. 하늘처럼 여기던 선배이자 은사였던 김동문(37)이 연습장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이용대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4일 코리아오픈 배드민턴 슈퍼시리즈 프리미어가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였다.

이용대는 이 대회에서 남자 복식과 혼합 복식에서 우승 후보로 꼽히는 한국 셔틀콕의 에이스. 캐나다 밴쿠버에서 어학연수를 하다 지난해 귀국한 김동문은 유학 시절 가르쳤던 캐나다 대표팀을 이번 대회 기간 지도하는 한편 TV 해설까지 맡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혼합 복식 금메달리스트인 인기 스타 이용대에게도 김동문은 넘기 힘든 산 같은 존재다. 김동문은 한국 배드민턴 사상 유일하게 2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 혼합 복식에서 길영아와 우승한 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선 하태권과 시상대 꼭대기에 다시 올랐다. 이용대는 김동문의 뒤를 이어 올해 런던 올림픽에서 두 번째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캐나다 국제대회 이후 6개월 만에 재회한 이들은 반갑게 안부를 물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라고 불렀다가 나중에는 형으로 호칭을 슬쩍 바꾼 이용대는 “중3 시절 처음 대표팀에 뽑혔을 때 얼굴도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었다. 나중에 동문이 형이 대표팀 코치를 할 때 많이 배웠다”고 고마워했다. 또 이용대는 “동문이 형은 방을 같이 쓸 때 보약 데우는 일도 한 번 시키지 않아 고맙기도 하고 오히려 부담스럽기까지 했다”며 웃었다.

이용대는 김동문에 대해 “현역 시절 70연승, 14개 대회 연속 우승 등 엄청난 일을 했다. 난 많이 부족하다”며 겸손해했다. 김동문은 “우리 때는 서브권이 있어 이변이 별로 일어나지 않아 그런 성적이 가능했다. 용대는 랠리 포인트 시스템에서 뛰고 있어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김동문은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특히 용대같이 어떤 기록에 도전하는 경우에는 부담감이 더욱 커진다. 나 역시 그래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실패를 맛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용대에게 “올림픽도 일반 대회와 똑같은 기분으로 편하게 여겨야 한다. 두 종목을 뛰므로 체력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혼합 복식의 경우 랠리를 짧게 하면서 가능한 한 속전속결로 결정지어 힘을 아껴야 한다는 게 김동문의 얘기였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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