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복싱 링밖 혈투… 권투委 왜 이지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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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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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환-유명우, 비대위 구성 “회장 없는 집행부 무책임”… 7일 새 집행부 구성 총회 추진신 대행, 업무방해로 홍씨 고소

국내 프로복싱을 관장하는 한국권투위원회에 최근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비상(非常)’이란 말에서 풍기듯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비대위 결성을 주도한 인물은 1970, 80년대 한국 복싱의 전성기를 이끈 세계 챔피언 출신 홍수환 씨(62·사진)와 유명우 씨(48)다. 세계권투협회(WBA) 밴텀급과 주니어페더급 챔피언이었던 홍 씨는 비대위 위원장을, WBA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 출신 유 씨는 사무총장을 맡았다. 홍 위원장은 “말라 죽기 직전의 한국 권투를 구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한국은 세계 챔피언은커녕 동양 챔피언 1명이 없는 사실상 고사 상태다. 일본은 세계 챔피언만 7명이다.

“권투인끼리 힘을 모아 제발 좀 잘해 보자는 것 말고는 다른 뜻 없어요.” 홍 위원장은 권투위가 비대위를 불법단체라고 주장하는 걸 염두에 둔 듯 비대위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권투위가 잘했으면 권투인들이 이런 모임을 뭣 하러 만들겠냐”며 “권투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람들이 자꾸 권투위 집행부를 맡으면서 최근 무책임한 행정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비대위는 권투위에 제대로 된 집행부가 구성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비대위에는 복싱 원로와 전국의 체육관장 등 128명이 참여했다.

권투위는 2008년 1월 취임한 김철기 회장이 4년 임기의 반도 채우지 않고 2009년 10월 갑자기 사퇴했다. 뒤를 이어 김주환 회장이 수장을 맡아 전임자의 잔여 임기를 넘겨받았지만 역시 임기를 마치지 않고 지난해 11월 떠났다. 대전료 착복, 회계 부정, 전적 조작 의혹 등 권투위를 둘러싼 잡음이 최근 4년간 끊이지 않았다.

홍 위원장은 “김주환 회장이 도망치듯 떠난 뒤 권투위 사무처는 물론이고 이사회조차 유명무실한 상태다. 집행부 공백으로 15일 경북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김동혁의 동양 챔피언 결정전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이런 와중에 권투위 신정교 회장 직무대행을 포함한 일부 이사들은 “권투위 사무처를 무단 점거했다”고 주장하며 홍 위원장과 유 사무총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유 사무총장은 “권투인이 권투위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게 무단 점거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법률가와 의논한 뒤 맞대응을 검토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새 집행부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7일 총회를 연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 4년간의 권투위 회계를 감사한 후 결과를 권투인들에게 공개하고 필요하다면 법적인 조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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