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의 이것이 야구다] Q. 타자가 타자석 벗어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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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일 07시 00분


A. 투구 안해도 보크 성립안돼

⑮ 참외사건에 묻힌 보크

LG와 해태의 치열한 1·2위 다툼이 벌어진 1997년 6월 29일 잠실경기 상황이다. 이날 경기는 열기가 가열되면서 두 차례 불상사가 발생했다.

Q. 먼저 해태가 1-2로 뒤진 3회초. 1사 뒤 타석에 선 2번 장성호가 볼카운트 2-2에서 하프스윙을 하자 3루심 백대삼 씨가 헛스윙으로 인정, 삼진아웃이 선언됐다. 그러자 3루 관중석에서 물병이 마구 쏟아졌고 선수들의 안전을 고려한 백 3루심이 수비팀의 선수들을 그라운드에서 철수시켜 4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두 번째로 어필하러 나온 감독이 스탠드에서 날아온 이물질에 직접 맞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됐다. LG가 2-1로 앞선 3회말 공격 1사 2루. 해태 투수 강태원이 투구동작을 취하는 순간 LG 4번 심재학은 타임을 부르며 타석을 벗어났으나 김병주 구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투구동작에 들어간 강태원은 타자가 사라지자 공을 던지려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춰서고 말았다. 김 구심은 곧 보크를 선언했고 김응룡 감독을 비롯한 해태 코칭스태프가 득달같이 몰려나와 항의했다. 문제는 그 다음. 김 구심을 둘러싸고 어필을 하던 김 감독이 갑자기 머리를 감싸고 몸을 웅크린 뒤 곧이어 코치들의 부축을 받고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얼마 전 TV 토크쇼에 출연한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의 현역 시절 모습을 담은 영상에서 공개된 바로 그 장면이다. 3루측 관중석에서 날아든 참외가 어필을 하던 김 감독에게 떨어진 것이다. 물론 참외를 던진 사람의 목표는 보크를 선언한 김 구심이었을 터.

그런데 김 감독은 어필을 하던 그 플레이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듣지도 못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보크가 선언됐으니 주자 3루가 되고 심재학은 계속 타석에 들어서 게임이 속개됐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왜 ‘보크가 아니다’고 거센 어필을 했을까.
A. 결과적으로 봤을 때 관중석에서 날아든 참외가 응원하는 팀을 더 어려운 상태로 몰고 가고 말았다. 이날 강태원의 경우는 타자가 타석을 벗어남으로 해서 투구동작을 멈춘 상태이기 때문에 경기규칙 6.02에 명시된 ‘투수가 타자석을 벗어나는 타자에게 현혹당해 투구를 끝마치지 못하더라도 심판원은 보크를 선언해서는 안된다’를 적용해야 했다. 하지만 어필하는 과정에서 김 감독이 참외에 봉변을 당한 뒤 그냥 들어가면서 제대로 어필이 이루어 지지 않아 번복도 되지 않았다.

타자는 투수가 세트 포지션으로 들어가거나 와인드업을 시작했을 경우 타자석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타자가 이 항을 위반하였을 때 투수가 투구하면, 구심은 그 투구에 따라 볼 또는 스트라이크를 선언한다.

타자가 타격자세에 들어간 다음에는 로진을 쓰기 위해 타자석을 벗어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단, 경기를 지연시키는 행위가 있거나 심판원이 날씨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판단하였을 때에는 예외다. 심판원은 일단 투수가 와인드업을 시작하거나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면 타자가 어떠한 이유를 대거나 요구를 하더라도 ‘타임’을 선언해서는 안 된다. 가령 “눈에 먼지가 들어갔다”, “안경이 흐려졌다”, “사인을 보지 못했다” 하는 어떤 이유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타자가 타자석에 들어갔는데도 투수가 정당한 이유 없이 꾸물거리고 있다고 주심이 판단했을 때는 잠시 타자석을 벗어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밝힌 대로 주자가 베이스에 있는 상황에서 와인드업을 시작하거나 세트 포지션에 들어간 투수가 타자석을 벗어나는 타자에게 현혹당해 투구를 끝마치지 못하더라도 심판원은 보크를 선언해서는 안된다.

조종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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