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섭, 山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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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7시 00분


KIA 최희섭이 다시 산을 오르고 있다. 야구인생에서 고비에 처했을 적마다 그를 구해줬던 산에서 다시 한번 재기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KIA 최희섭이 다시 산을 오르고 있다. 야구인생에서 고비에 처했을 적마다 그를 구해줬던 산에서 다시 한번 재기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08년 시즌후 등산으로 맘 다잡아
이듬해 3할·33홈런…KIA 우승 견인
꾸준히 산 오르며 내년 맹활약 다짐

겨울산을 오르면서
난 나를 보고 야구를 본다.
잎새를 버리고
홀로 선 나무를 보며
아름다운 비움을 배운다.
삭발 한 바위산에 올라
돌아본 나의 길.
비워야 채울 수 있고
버려야 때릴 수 있다.
다시 출발이다
아름다운 도착점을 위하여.

다시 답을 찾기 위해 겨울 산을 오른다. 매서운 바람이 몹시 춥지만 모든 답은 산에 있는 것을 알기에 오르고 또 오른다.

KIA 최희섭(캐리커처)이 다시 ‘산악인’이 됐다. 겨울 동안 등산은 최희섭에게 취미 이상이다. 한 해를 돌이켜보고 내년을 준비하는 정신적 정화와 휴식, 그리고 운동선수로 튼튼한 몸을 만드는 수련이다.

최희섭은 등산으로 몸을 만들어 2009년 타율 0.308에 33홈런 100타점을 올리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2010년에는 팀 타선이 무너져 집중 견제를 받는 바람에 볼넷이 전체 2위인 81개나 됐지만 21홈런 84타점으로 오롯이 중심을 지켰다.

그러나 2011년 허리에 생긴 염증이 캠프부터 발목을 잡았다. 그라운드에 쓰러져 구급차로 응급실에 가기도 했다. 부상으로 단 70경기에만 KIA 4번을 지킬 수 있었다. 페넌트레이스 1위를 달리던 KIA는 최희섭이 부상을 당하고 김상현이 쓰러지고 이범호마저 탈이 나면서 중위권으로 물러나야 했다.

아쉬움이 큰 한 시즌을 보내고 최희섭이 선택한 곳은 2008년 한국프로야구에서 성공을 위한 첫 번째 해답을 구한 그 곳, 산이었다.

시즌이 끝나고 최희섭은 일본 마무리캠프에 참가하지 않고 타구에 맞은 발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치료했다. 그리고 지리산과 설악산 등 전국의 명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처가가 강릉이라 설악산은 이제 무등산만큼 친숙해졌다.

최희섭은 “얼마 전에 오른 설악산은 몹시 추웠지만 몸도 가벼워지고 마음도 상쾌했다. 본격적인 훈련 전까지 꾸준히 산에 오르면서 몸을 만들 계획이다”고 말했다.

꾸준한 등산으로 최희섭은 시즌 때보다 훨씬 더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산에서 내려오면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더해 날렵한 느낌이 들 정도다.

산 정상은 추위가 매섭지만 그곳에 오르는 순간 몸에서는 땀이 흐른다. 산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출발, 최희섭의 겨울은 뜨겁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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