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52)은 ‘구원투수’ 역할만 하겠다고 했다.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를 더는 방관할 수 없어 ‘독이 든 성배’를 잡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까지란 단서를 달았다. 한국은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에서 승점 10점(3승 1무 1패)으로 득실차에서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내년 2월 29일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에서 패하면 최종 예선에 올라가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다. 2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최 감독이 밝힌 취임 일성을 네 가지 키워드로 풀어본다.
○ 2013년 6월
최 감독은 “대한축구협회에 계약 기간을 2013년 6월까지 해달라고 했다. 이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계약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2013년 6월이면 월드컵 최종 예선이 끝나는 시기다. 그는 “나를 지금까지 키워주고 자양분이 된 한국 축구를 위해 고사하면 비겁하게 보일 것 같아 나서게 됐다. 한국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갔을 때 성과를 내기에는 내가 여러모로 부족하다. 본선에 가더라도 대표팀 감독직을 사양하겠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일단 최 감독이 제시한 계약 기간을 받아들이겠지만 한국이 본선에 진출하면 자연스럽게 최 감독도 본선에서 지휘봉을 잡게 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 외국인
최 감독은 “그동안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밖에서 지켜보면서 외국인 감독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내가 감독이 됐는데 과연 내 판단대로 대표팀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도 든다”고 말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2002년 한일 월드컵)이나 딕 아드보카트 감독(2006년 독일 월드컵)처럼 외부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외국인 지도자가 맡아야 소신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다는 뜻이다. 축구인들 사이의 알력과 시기 등으로 국내 감독은 제대로 대표팀을 이끌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지휘봉을 최종 예선까지만 잡겠다는 것도 이런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 전북
“저는 전북을 떠나는 게 아닙니다. 굿바이(Good-bye)가 아니라 소롱(So long)입니다.”
21일 전북 현대 홈페이지에 남긴 최 감독의 이임 인사다. 모두 헤어질 때 쓰는 말이지만 소롱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최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을 고사한 이유는 그동안 전북의 역사를 함께 써온 선수들과 팬들에게 미안해서다. 선수들과 팬들을 두고 떠나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팠다. 2013년 6월 이후에는 다시 전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 K리그
최 감독은 “경기에 뛰지 못하는 해외파 선수들은 경기력이나 체력, 감각 등에서 많이 떨어진다. 종합적으로 판단하겠지만 내년 쿠웨이트전은 K리그 선수 위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K리그에서 스트라이커를 꼽으라면 첫 번째가 이동국”이라며 전북의 애제자 이동국을 중용할 뜻을 밝혔다. 최 감독은 올 시즌 K리그에 돌풍을 일으킨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에 대해 “아시아 팀들은 한국을 상대할 때 수비에 치중하고 역습을 한다. 공격에 비중을 두는 것 못지않게 전체적인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격 일변도보다는 안정적인 팀 운영을 할 뜻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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