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륜달 선생의 경륜 중급 특강] 믿는 도끼에 발등! ‘연짱’없는 선수…요거 ‘폭탄’ 확률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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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7시 00분


인기선수라고 해서 무작정 경주권을 구매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선행형이 몰린 경주, 연속입상이 없는 인기선수가 편성된 경주라면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인기선수라고 해서 무작정 경주권을 구매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선행형이 몰린 경주, 연속입상이 없는 인기선수가 편성된 경주라면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위험한 선수를 피하라!

더 빠른 선행형을 만난
입상후보 선행형 고배당 빌미

한번 우승한 후엔 비실비실
연속입상 못하는 선수도 요주의!


경륜에 ‘대끼리’라는 말이 있어요. 얼핏 일본어 같죠?

실은 이게 영남방언이에요. ‘대길(大吉)’에서 유래된 말이죠. 1994년 경륜 원년부터 사람들이 강력한 우승후보를 ‘대끼리’라고 불렀다고 해요.

자, 여기 연전연승을 거두고 있는 선수가 있다고 칩시다. 사람들은 이 선수가 다음 경주에서 또 우승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겠죠?

모든 예상지들이 너도 나도 이 선수를 우승후보로 지목하고, 경주권은 이 선수에게 집중되겠죠?

하지만 승부에 영원한 승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은퇴할 때까지 연승을 거둘 수는 없잖아요. 언젠가는 연승행진에 마침표를 찍어야죠.

‘경륜황제’로 추앙받던 조호성(11기·현 국가대표) 선수 다 기억하시죠?

조호성 선수가 경륜선수로 활동할 때 기록이 47연승이었어요. 엄인영(4기·현 국가대표 코치) 선수는 연간 100% 연대율(1999년)이란 꿈의 기록을 남기고 은퇴했죠. 이들이야말로 우리나라 경륜계의 절대강자들이었죠. 하지만 이런 절대강자들도 등외로 밀리며 고배당의 빌미를 제공하고는 했어요.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뭐겠습니까. 과연 어떤 인기선수가 위험한 인기선수인지 알아봐야하지 않겠습니까.
● 선행형이 더 빠른 선행형을 만났을 때

경주에 나오기만 하면 단독 선두에 나서 미친 듯이 질주해 그대로 결승선까지 치고나가는 선수가 있습니다. 요런 선수를 선행형이라고 부르죠.

선행형은 한 마디로 지고는 못 사는 부류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선수가 앞장서면 기를 쓰고 쫓아가 선두를 빼앗아야 직성이 풀리는 거죠.

한편으로는 앞장서서 달리는 다른 선수의 시속과 경쟁하는 게 싫어서 선두에 나서려는 경우도 있어요.

자, 그런데 이런 선행형끼리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실력이든 운이든 먼저 선두에 나서는 쪽이 유리하겠죠? 선두를 빼앗긴 나머지 선행형들은 페이스가 흔들려 성적이 엉망이 되기 십상이란 거죠. 특히 기습을 좋아하는 선행형이라면 스타트가 더 빠른 선수를 만날 경우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단독 선행으로 연전연승을 거두던 선수가 경주에 나오면 인기가 몰려 경주권이 많이 걸리게 됩니다. 그런데 편성에 선행이 더 빠른 선수가 있게 되면 그 선수는 페이스를 잃고 흔들리게 될 게 뻔하지요.

바로 이 선수가 위험한 인기선수로 빠질 요주의 인물이란 겁니다.

따라서 아무리 연승을 많이 거뒀더라도 다른 선수들과의 선행 다툼에서 이길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보고 경주권을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한 번 들어볼까요. 10월 28일 광명12경주에서 마크전법이 예상된 양희천이 기습선행으로 우승을 했습니다.

인기순위 1위였던 김현경이 허를 찔리며 태만경주 실격을 당하고 말았죠.

11월 5일 광명 특선급 이홍주, 11월 4일 창원 특선급 이성용은 인기순위 1위였지만 선행이 더 빠른 선행형들에게 허를 찔리며 태만실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물론 고배당의 빌미가 되었죠.


● ‘연짱’이 없는 선수

예상전문가, 경험이 풍부한 경륜팬들이 종종 ‘연짱이 없는 선수’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됩니다. 그런데 ‘연짱’이 뭘까요?

‘연짱’이란 연승 내지 연속입상을 뜻합니다. 따라서 연짱이 없는 선수라 함은 곧 연승, 연속입상을 꺼리는 선수라는 얘기입니다.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사실 선수가 우승 한 번 하고나면 많이 지칩니다. 숙소에서 끙끙 앓는 사람도 있어요.

물론 엄청난 기량의 소유자라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우승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강한 상대들과 겨뤄야 하는 게 선수들의 운명이죠. 이러니 우승 한 번 하고 끙끙 앓는 선수라면 다음 경주를 앞두고 취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푹 쉬어서 컨디션을 충분히 조절한 다음 연승에 도전하는 것이 하나.

아니면 아예 버리는 경기를 해가면서 전력이 보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만만한 상대들을 만났을 때 우승을 노리는 방법이겠죠.

선수 취향에 따라 다른데, 전자를 택하면 빠른 시일에 상금 수입을 많이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선수수명이 길지 못하다는 단점도 있어요.

현재 대표적인 일인자 이명현을 관계자, 선수들 다수가 거론하기도 하죠.

후자는 상금 수입을 천천히 올리면서 선수의 수명도 늘리자는 주의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스타일이 ‘연짱이 없는 선수’인 것이죠.

한때 국가대표 출신으로 데뷔전부터 주목을 끌던 전대홍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올해 슈퍼특선반 빅매치에서 고전하며 ‘연짱이 없는 선수’로 낙인이 찍힌 노태경도 대표적인 예가 되겠습니다.

이제 감이 좀 오죠?

여기 평소에는 기복이 심하던 선수가 갑자기 우승했습니다.

이 선수가 다음 경주에 출전하면 사람들은 직전 경주에서 전력이 살아난 것으로 판단하겠죠?

예상지마다 입상후보로 지목하고 경륜팬들의 경주권이 몰리게 될 겁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 선수가 ‘연짱이 없는 선수’라면 ‘위험한 인기 선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꿰뚫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사가 그렇듯, 경륜도 아는 만큼 볼 수 있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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