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큰 윤일록 “시련이 보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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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0일 07시 00분


올림픽대표팀 윤일록은 9월 소집에서 중도 탈락을 경험한 뒤 이전보다 눈에 띄게 성장해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스포츠동아DB
올림픽대표팀 윤일록은 9월 소집에서 중도 탈락을 경험한 뒤 이전보다 눈에 띄게 성장해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스포츠동아DB
9월 올림픽 최종예선 엔트리 탈락 쓴맛
짧은 방황끝 독기 재무장…결국 재발탁
최근 평가전·연습경기서 잇달아 득점포
홍명보감독“중동 2연전 막내에 큰 기대”


2012런던올림픽 아시아 최종예선 중동 2연전(카타르(원정)-사우디아라비아(홈))을 준비 중인 홍명보호가 ‘막내’ 윤일록(19·경남FC)에게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탈락이란 혹독한 아픔을 겪은 뒤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성숙한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올 시즌 K리그 신인왕 후보다.

윤일록은 8일 남해공설운동장에서 진행된 남해 해성고와 연습경기(5-0)에서 미드필더로 나서 두 골을 넣으며 경쾌한 몸놀림을 과시했다. 홍 감독도 “몸 상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시련을 딛고

시간은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윤일록은 오만과 최종예선 1차전(2-0 승)을 앞두고 파주NFC에 소집됐지만 불과 며칠 만에 짐을 꾸렸다. 주변의 평가나 기대와는 달리 훈련 과정에서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탓이다.

탈락자 선정을 놓고 고민하던 홍 감독은 코치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윤일록을 방으로 불러들여 탈락을 통보했고, 오만전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하나씩 설명해줬다. 대신, “넌 나이가 어리다. 충분히 자질도 있다. 이번이 끝이 아니다. 선생님은 앞으로 널 계속 체크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물론 방황도 했다. 스스로 “축구하기 가장 싫었던 순간”이라 밝힐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동료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윤일록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만큼 괴로워했다. 홍 감독도 “많이 미안했다. 어린 친구가 충격도 많이 받은 것 같아 안쓰럽기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하지만 윤일록은 결국 포기하지 않았다. 당면한 시련을 기회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홍 감독은 약속을 지켰다. 탈락 이후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른 건 아니었지만 달라졌다고 판단했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높이 샀다. 제자들의 됨됨이와 마음가짐을 유독 강조해온 터였다.

10월7일 우즈베키스탄 평가전(5-1 승)을 앞두고 다시 호출했다. 어렵사리 잡은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윤일록은 1골1도움을 기록하며 기대주로 떠올랐다. 윤일록은 우즈벡전이 끝난 뒤 “누군가의 대체 자원이라는 말을 듣기 싫었다. 탈락한 적이 있어 의지가 더 강해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남해 전훈에서도 가장 눈에 띈다. 어지간하면 특정 선수를 지목해 칭찬하지 않는 홍 감독도 “요즘 윤일록이 아주 잘해주고 있다. 아픔을 겪고 더욱 성장했다”며 각별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적절한 자극이 희망으로 변한 가장 정확한 케이스가 바로 윤일록이다.

남해|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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