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컵, 최경주 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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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인비테이셔널 4R 역전 우승… ‘탱크’ 3년만에 국내대회 정상
앤서니 김-이기상은 공동 3위

‘탱크’ 최경주(41·SK텔레콤)는 잭 니클라우스와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에게 우승 트로피를 받은 적이 있다. 신구 골프 황제로 이름을 날렸던 이들이 주최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모리얼 대회(니클라우스)와 AT&T내셔널(우즈)에서 정상에 섰을 때였다.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대회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워 성사시킨 최경주가 자신의 대회에서 초대 챔피언 타이틀까지 안았다. 누군가의 승리를 축하하는 대신 자축의 기쁨을 누린 그의 표정은 날아갈 듯 밝았다.

최경주는 23일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골프장(파72)에서 끝난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를 쳐 합계 17언더파로 역전 우승했다. 지난해 3월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최경주를 1타 차로 꺾고 우승한 노승열(타이틀리스트)이 이번에는 2타 차로 2위에 머물렀다. 최경주가 국내에서 우승한 것은 2008년 SK텔레콤오픈과 신한동해오픈 이후 3년 만이다. 우승 상금 11만8875달러는 최경주재단에 전달해 자선 사업에 쓰기로 했다.

개막 전에 이미 우승자 시상을 대회 후원사인 CJ 측에 양보한 최경주는 김철하 CJ제일제당 대표이사에게서 트로피를 받았다. 해외의 다른 대회처럼 호스트가 트로피를 주게 됐다면 묘한 장면이 연출될 뻔했다.

선수 플레이에 방해를 줄 수 있는 갤러리의 휴대전화를 보관소에 맡기도록 하는 제도는 이날도 시행돼 입장객 8000명 중 621명이 휴대전화를 맡기고 입장했다. 최경주는 “갤러리의 도움으로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3주 동안 대회를 준비한 보람이 컸다. 내년에는 편하게 관전할 수 있도록 공간을 넓히고 PGA 선수 두세 명을 더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3타 차 3위로 출발한 최경주는 9번홀(파4)에서 승기를 잡았다. 진행이 더뎌 오랜 대기 시간으로 리듬을 잃은 앤서니 김이 티샷을 연못에 빠뜨리며 더블보기를 했고 이기상도 보기를 한 반면 최경주는 파를 낚아 공동 선두가 됐다. 10번홀(파4) 버디로 단독 선두로 나선 그는 16번홀(파4)에서 2단 그린 위쪽을 향해 굴린 5m 넘는 버디 퍼트를 넣어 승리를 결정지었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과 전날 선두였던 이기상은 나란히 13언더파로 공동 3위.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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