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한국 100승 주인공 최나연, 눈물을 축배로… 24세 집념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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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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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나연의 1주일 반전 드라마

우승을 했다고는 해도 어딘가 목소리가 이상하게 들렸다. “한잔했냐”고 했더니 “그랬다”며 웃었다. 16일 밤 전화로 연결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한국(계) 통산 100번째 트로피의 주인공 최나연(24·SK텔레콤·사진)이었다. 최나연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사임다비 대회에서 세계 랭킹 1위 청야니(대만)를 1타 차로 꺾고 우승했다. “골프장 라커룸으로 누군가 축하 선물로 레드와인 두 병을 보냈더라고요. 호텔 방에서 고생한 스태프와 축배를 들었죠. 올해 들어 동행하고 있는 전담 영어선생님(그레고리 모리슨)은 감격스러워 울더라고요.”

최나연은 1주일 전에는 하도 속이 상해 울었다고 했다. 인천 스카이72골프장에서 끝난 하나은행챔피언십에서 1타 차로 청야니에게 패한 뒤였다. 당시 의연하게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이 떠올랐기에 의아했다. “혼자 숙소인 인천 하얏트호텔 방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울컥하는 거예요. 나로선 정말 후회할 것 없이 다 쏟아 부었는데 그래도 안 되는 건가 싶었죠. 진짜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데 아닌 것 같았죠.”

다음 날 말레이시아행 비행기에 오른 최나연은 3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쳤어도 이상하게 담담했다. “평소 매일 국내 기사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거든요. 그날은 일부러 안 봤어요. 괜히 마음이 흔들릴까 싶기도 했고요.”

4라운드 들어 최나연은 2번홀 더블보기로 선두에 2타 차로 뒤져 위기를 맞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고 했어요. 막판에 더블이나 트리플 보기가 나온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고 생각했죠. 후반 들어 버디 잡을 홀이 많아 자신도 있었고요.”

최나연은 생중계된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 있게 영어로 인터뷰를 했다. “올해 영어 교사, 체력 트레이너와 동행하고 있는데 우승을 못하면서 이런저런 말들을 들었어요. 골프나 열심히 하지 딴 데 한눈판다고요. 이번 우승으로 마음고생도 털어냈어요. 영어는 매일 공부하고 있고요.”

영광스러운 100승을 장식한 최나연은 “세리 언니가 큰일을 했어요. 초등학교 골프 대회 처음 나갔을 때 7명이던 출전 선수가 세리 언니 US여자오픈 우승 후 40명으로 늘어났어요. 나도 그런 롤 모델이 되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나연은 이번 주 대만에서 열리는 LPGA투어 대회에서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인 청야니와 다시 맞대결을 펼친다. “청야니가 우승 축하하며 다음엔 내 차례라고 하더라고요. 나도 밀리지 않을 거예요. 청야니는 5년 전 대만 대회에 같이 출전했는데 당시 스쿠터를 타고 온 청야니와 함께 야시장 구경을 가서 맛있는 것 사 먹고 신발도 샀어요. 참 배울 게 많은 친구예요. 대만 팬들도 극성스러울 텐데 멋진 승부 해야죠.”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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