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사커]광주FC 이승기, 생애 첫 태극마크…로또 당첨된 기분

  • Array
  • 입력 2011년 9월 27일 07시 00분


◀ 광주FC 신인 이승기가 K리그 활약을 발판 삼아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누렸다.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그는 팀 동료이자 먼저 대표팀에 뽑힌 적인 있는 박기동에게 연신 조언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제공 | 광주FC
◀ 광주FC 신인 이승기가 K리그 활약을 발판 삼아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다는 영광을 누렸다. 아직도 얼떨떨하다는 그는 팀 동료이자 먼저 대표팀에 뽑힌 적인 있는 박기동에게 연신 조언을 구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제공 | 광주FC
조광래호 깜짝승선 광주FC 이승기

실감 안나는 대표발탁
인터넷만 계속 검색중
정말 행복해 꿈만 같아
어떤 포지션이든 OK
내친김에 K리그 신인왕 도전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얼떨떨한 마음이 꼭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란다. 광주FC 이승기(23)는 카카오톡 인터뷰를 하기로 한 날(26일) 오전,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 길지 않은 축구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도 했다. “정말 행복하고 꿈만 같다”는 말을 여러 차례 엄지로 쳐서 전송했다. 때 마침 이날은 몇 차례 없는 즐거운 외박 일. 숙소에서 쉼 없이 울리는 휴대폰을 귀에 갖다대고, 일일이 축하 문자에 답신을 보내느라 늦은 오후까지 외출할 수 없었지만 그 이상의 기쁨을 누리고 있으니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며 연신 ’^^(즐겁다는 의미의 웃음 표기)’ 이모티콘을 찍어 보냈다.
● 생애 첫 태극마크

-대표팀 발탁, 축하드려요.

“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ㅋ. 오늘 오전 운동을 하고 난 뒤에야 알았어요. 분명히 얘기를 들었는데도 실감이 안 나서 인터넷을 계속 들여다봤어요. 지금도 ‘아, 내가 정말(국가대표가) 됐구나’ 정도에요. ㅎ”

-누가 가장 먼저 축하 메시지를 알려왔나요.

“오전 10시쯤 회복 훈련을 했거든요. 주무(이정원 직원) 형이 먼저 최만희 감독님께 알려드리더라고요. 최 감독님께서도 절 보고는 빙그레 웃으시더니 ‘곧 좋은 소식이 있을거야’라고 말씀하셨어요. 물론, 그 때에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죠.”

-팀 동료들은 뭐라고 하던가요.

“어깨에 벌써 기왓장이 올라갔느니 뭐니 놀려대는데, 웃음을 참을 수 없었죠.^^”

-광주에서는 박기동이 먼저 대표팀 에 뽑혔었죠.

“친한 동기라서 조언을 구했어요. 파주NFC 들어갈 때 주의할 점을 많이 조언해 줘요. 옷을 깔끔히 입고, 인터뷰는 겸손하게 하라고 말해줬어요. 계속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려고요.”

-가장 먼저 누가 생각나던가요.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이미 부재중 통화가 걸려 와 있더라고요. ‘축하한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셨어요. 가족이 있어 지금 제가 있는 거잖아요. ㅎ”

-솔직히 국가대표에 뽑힐 거란 기대는 했나요.

“얼마 전만 해도 대표팀 소집 소식에 별 관심이 없었어요. ‘아, 이번에 소집하는구나’란 정도? 저랑은 인연이 닿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조광래 감독님이 연락을 주시면 어떤 말부터 하고 싶나요.

“아, 뭘 말씀드릴까? 그냥 뽑아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팀에 보탬이 되는 막내가 되겠다고, 늘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ㅋ”
● 축구 선수 이승기, 뭐든 맡겨만 주셔도 OK!

-어떤 부분이 조 감독님을 사로잡았다고 생각해요.

“성실함과 꾸준함이 좋은 평가를 받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요? 계속 묵묵히 플레이하고, 또 중간 중간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팀에 보탬이 됐다고 보는데. 아, 정말 모르겠어요.^^”

-가장 자신있는 포지션은.

“섀도 스트라이커도 할 수 있고, 측면도 할 수 있고요. 다만, 신체조건이 별로 좋지 않으니 원 톱은 무리지만 측면 날개로도 뛸 수 있어요. 아, 뭐든지 맡겨만 주신다면 어떤 위치든 열심히 할 수 있어요.”

-광주에서의 이승기와 대표팀에서의 이승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여기(광주)에서는 제가 주축으로 활약할 수 있는데 대표팀에서는 아무래도 서브 느낌이 많이 들어요. 혹여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실망하진 않을 것 같네요.”

-대표팀 명단을 다 확인했나요?

“모든 분들을 잘 알지 못해요. 제 이름이 써 있는 부분은 읽고 또 읽었죠. ㅋ”
● 신인왕도 욕심낸다!

-올 시즌 목표는.

“그냥 화려하기보단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신인드래프트에 접수했을 때, 뽑아준 우리 팀 도움이 컸죠. 아마 때부터 발목 부상 등 잔 부상이 계속 있었는데도 절 믿어줬잖아요.^^”

-신인왕 욕심도 날 것 같아요.

“시즌 시작할 때만 해도 별 생각은 없었어요. 워낙 좋은 선수들이 차고 넘치니까요. 그런데 팀원들이 계속 도움을 주고, 찬스도 여러 차례 연결해줘요. 심지어 동료들이 할 수 있음에도, 제게 기회를 줘요. 신인왕은 희생해준 동료들에 대한 보답이라고도 생각해요.”

-최만희 감독님께 하고픈 말이 있나요?

“부족한 절 가르쳐 주시며 도움을 많이 주시고, 금쪽같은 조언도 계속 해주시는 소중한 분이에요. 절 국가대표로 성장시켜주신 분도 최 감독님이죠. 평생의 은인이에요.^^”

-존경하는 롤 모델은.

“(박)현범이 형이요. 형이 제 금호고교 1년 선배에요. 학창 시절부터 함께 한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경기장에서의 자신감 속에 느껴지는 침착함, 짧게 패스를 주고받는 간결하면서도 알찬 플레이, 콤팩트 축구의 진수를 보여줬어요. 그런 섬세함이 좋아서 롤 모델로 삼고 있죠. 형이랑은 자주 연락을 주고받아요. 간혹 조언도 구하곤 하는데, 모든 것을 다 따라하기는 무리더라고요. 좀 더 내공이 필요해요.^^”

-첫 시즌이 얼마 안 남았네요.

“1승이라도 더 따내야죠. 유종의 미를 거둬서 내년에도 팬들이 좋아하는 경기를 하게끔 마무리를 잘 했으면 해요. 광주에 축구 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