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인터뷰] 삼성 배영수 “난 가을남자, 찬바람이 불면 힘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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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5일 07시 00분


선수인생 가장 값졌던 아웃카운트는?
작년 PO4차전 마지막 카운트 전율
희한하게 가을되면 스피드 되살아나

일본야구 재도전?
잃을 게 없어…구위 만족땐 재도전

뱃속 아기가 크면 야구 시킬 의향은?
일단 말리고…절대 도움 안주겠다

배영수는 ‘푸른 피가 흐르는’ 삼성의 에이스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수술 후 강속구가 사라졌다. 스스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깊은 시련이었다. 오랜 노력 끝에 다시 시속 148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에이스로 부활하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진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배영수는 ‘푸른 피가 흐르는’ 삼성의 에이스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수술 후 강속구가 사라졌다. 스스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깊은 시련이었다. 오랜 노력 끝에 다시 시속 148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에이스로 부활하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진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배영수가 트위터 인터뷰에 질문을 보낸 팬 가운데 자신의 친필 사인볼을 선물할 3명을 직접 뽑은 뒤 미소 짓고 있다. 대구 | 정재우 기자
배영수가 트위터 인터뷰에 질문을 보낸 팬 가운데 자신의 친필 사인볼을 선물할 3명을 직접 뽑은 뒤 미소 짓고 있다. 대구 | 정재우 기자
삼성 배영수(30)는 팬들 사이에서 ‘영원한 에이스’로 통한다. 투수에게 치명적인 토미존 서저리를 받고 난 뒤로는 전성기의 위력적인 모습을 못 찾고 있지만 한때 ‘팔공산 폭격기’로 불릴 정도로 그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최고 투수였다. 2004년 현대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선 10이닝 노히트노런이라는 전무후무한 진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비록 연장 12회 0-0 무승부로 끝나 정식기록으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그는 삼성의 에이스로 2005∼2006년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에도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데 이어 최근 2세 소식을 전하며 팬들을 기쁘게 했다. 내년 3월이면 ‘아빠’가 될 그는 첫 아이의 태명을 ‘부활’로 정했다. 다시 한번 전성기를 열고픈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그가 직접 선정한 친필사인볼(맥스스포츠 협찬) 당첨자는 @optiminded, @montague99, @Isr2926이다. 다음 주 트위터 인터뷰 주인공은 고향에서 또 한번 전성기를 맞으려는 SK 유격수 박진만이다.-야구를 하면서 가장 중요할 때 누가 생각나나요?(@hyeokhoon)

“무아지경인데요.ㅎㅎ. 아무 생각 없을 때 야구가 제일 잘 돼요.”

-올 시즌 돌아봤을 때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내년 목표는 무엇인가요?(@goheaso37)

“전반기 막판 잠실 두산전(6월 4일)이었는데요. 우리 타자들이 먼저 3점을 내줬는데 못 이기고 일찍 강판됐어요. 그 게임 말리면서 조급해지고 페이스도 잃었거든요. 그 후로 70일 동안 승 못 따고 아주 힘들었어요. 신인도 아니고…. 내년에는 개인적으론 내 마음에 들게, 맘 편하게 운동하는 거예요.”

-배영수 선수 인생 중 가장 기쁘고 값졌던 아웃카운트 혹은 1승은 언제였나요?(@optiminded)


“작년 플레이오프 두산이랑 4차전 때 마지막 아웃카운트요. 그 때 전율을 느꼈어요. 희한하게 가을 되면 몸이 가벼워지고 좋아지는데요. 사람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잘 던졌고, 스피드도 안 나온다고 했는데 많이 나오고…. 다시 의욕을 갖고 야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10이닝 노히트노런 당시에 타자들이 점수를 못 내주면서 비공인기록이 되고 말았는데 그 당시 타자들에게 아쉬움은 없었는지요.(@OnlySL)

“솔직히 아쉬움이 있었지만요. 10이닝이란 숫자가 사람들 인상에 남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걸로 만족합니다.”

-실책한 야수들과 덕아웃에서는 어떤 말을 주고받는지 궁금합니다. 살짝 어색해질 것 같기도 한데…. ㅎㅎ. 뭐 워낙에 배영수 선수는 실책을 해도 웃어주는 걸로 유명하지만. 더러는 화를 내는 선수들도 본 것 같아서요.(@hyehyeon90)


“어찌 보면 저한텐 1승이 중요할 수도 있지만, 실책한 선수가 (공격 때 방망이를) 쳐주거나 (수비에서) 잡아줄 때도 있잖아요? 팀워크가 중요하고요. 그런데 (박)석민이한테는 ‘좀 웃기지 말라’고 말해요. 수비하면서도 그렇고, 치면서도 그렇고 정말 웃기거든요.”

-배영수 선수의 선발등판 경기를 보면 거의 현재윤 선수와 배터리를 이루어 출전하는데요. 현재윤 선수와 배터리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fwasun) 현재윤 선수와 진갑용선수의 볼 배합 차이도 궁금합니다.ㅎㅎ(@slionsvictory)

“이건 민감한 질문이네요. 갑용이 형이든 재윤이 형이든 코치님이 정해주는 대로 해요. 재윤이 형은 변화구 주문이 많고, 이리저리 머리를 많이 쓰는 편이고요. 갑용이 형은 적재적소에 정공법 승부를 유도해요. 둘 다 훌륭한 포수들이에요.”

-박찬호 장학금 1호 수혜자라고 알고 있는데 그 후에 박찬호 선수를 만난 적이 있나요? 배영수 선수에게 박찬호란?(@montague99)


“두 번 만났어요. (2006년) WBC 때 선배님께 장학금 받았던 사실을 말씀 드렸어요. 신기하게도 알고 계시더라고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주셨어요. 선동열 감독님을 보고 야구를 시작했고, 박찬호 선배님을 보고 꿈을 키웠어요.”

-예전 배영수 선수 모자 안쪽에 ‘할머니생각’, ‘인과응보’ 등등 문구가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요즘 쓴 문구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G0C)


“그냥 ‘ㅋㅋ’ 써놨어요. 웃고 싶어서요. 여러분도 많이 웃으세요. ㅋㅋ.”

-지난해 아깝게 일본 진출에 실패하셨는데 다시 일본, 해외에 도전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MaestroJeong)

“제가 잘 하고 만족했을 때 생각해보겠습니다. 항상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작년에도 그렇고 저는 잃을 게 없다는 자세입니다.”

-토미존 서저리를 받는 선수들에게 충고해주고 싶은 말은?(@gimblethorn)

“절대 빨리 복귀하지 말라고요. 저는 1년 만에 복귀했는데, 구단에서 제가 필요하다고 해서요.”

-패스트볼 스피드가 150대에서 140대로 내려갔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좌절감이나 우울증에 시달렸나요?(@hyoba1234)

“당연히 우울증에 시달렸죠. 지난번 잠실 경기(8월 28일) 땐 148km까지 던졌는데요. 스피드는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비교적 구원보다 선발 쪽의 성적이 좋질 않은데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오치아이 투수코치님이 평소에 어떻게 던지라고 요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다음 경기에는 부활이를 위한 멋진 분유투 보여주세요.^^(@bacca1121)

“선발은 (5∼6회 이상) 경기를 만들어가려다 보니 좋을 때랑 안 좋을 때 기복이 있는 편이고요. 중간에 나갔을 때는 ‘1, 2이닝 던지니까 20개만 힘 있게 던지자’며 전력피칭을 해요. 그렇지만 멘탈적으론 힘들어요. 오치아이 코치님은 그저 믿고 지켜봐주십니다. 선수와 코치 간에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2세가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들이었으면 좋겠어요? 또 누굴 닮았으면 좋겠어요?(@sunshineHyo)

“아들. 아무래도 와이프요. 얼굴은 와이프, 몸매는 저를 닮았으면 좋겠어요.”

-부활이가 커서 야구 하겠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시키실 생각이세요? 아니면 말리실 거예요?(@goheaso37) 만약 시키신다면 아빠와 같은 투수로 시키실 거예요?(@haesun07)

“말리고 싶어요. 야구 2세는 누구의 아들이란 말이 따라붙어서 힘들 것 같아요. 한다면 저는 절대 안 도와줄 겁니다. 스스로 커야죠.”

-부활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아빠의 모습은?(@noely2825)

“부끄럽지 않은 아빠요. 쉽게들 얘기하지만 이게 제일 어려울 것 같아요.”

-배영수 선수 실점을 하고 경기에 패했을 때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분이 어떤 위로를 해주나요?(@Isr2926)


“음식 잘 하는 사람(아내)이 밥을 잔뜩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항상 ‘쳐지지 말고 당당하게 하라’고 격려해줍니다.”

-배영수 선수는 인상이 무척 선하고 밝아 보이는데 투수로서 위압감을 주는 인상을 갖기 위해 수염이나 머리를 기르거나 파마를 할 생각은 없으신가요?(@AMGISGOD)

“파마할 생각은 있는데 수염은 안 나요. 그래서 (장)원삼이가 항상 부러워요.”

-배영수 선수가 선수생활 마무리하기 전 가장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ktheboy)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은퇴 할 때가 오겠죠. 하지만 그 전에 꼭 노히트노런 같은 기록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WHO 배영수?

▲생년월일=1981년 5월 4일
▲출신교=칠성초∼경복중∼경북고
▲키·몸무게=184cm·84kg(우투우타)
▲프로 데뷔=2000년 신인드래프트 삼성 1차지명·입단
▲주요경력=2004년 다승(17승)·승률(0.895) 2관왕 및 최우수선수(MVP), 2005년 탈삼진(147개) 1위, 2006년 WBC 대표
▲2011년 성적=19경기 6승8패 방어율 5.78
▲2011년 연봉=4억원

(팬들이 묻고 선수들이 답하는 ‘트위터 인터뷰’ 다음차례는 SK 박진만 입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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