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g이 넘는 농구공이 마치 추풍낙엽 같았다. 초속 15m에 이르는 강풍에 공은 바나나처럼 휘어졌다. 동해의 강풍에 눈도 제대로 뜨기 힘들었지만 뜻 깊은 행사에 나선 선수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24일 독도 내 선박 접안지에서 대한농구협회 주최로 열린 독도 사랑 우수고교 농구대회. 독도에서 열린 최초의 스포츠 행사에 용산고, 광신정산고, 경복고, 부산 동아고의 선수들이 반코트 3대3 토너먼트 경기를 치렀다.
이들은 전날 오전 6시 서울을 출발해 강원 묵호시와 울릉도를 거쳐 1박 2일 만에 독도에 도착했다. 배를 독도에 댈 수 있는 날씨가 연평균 50~70일에 그칠 정도로 기상 변화가 심해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다행히 접안에 성공한 뒤 싣고 간 조립식 반코트와 농구 골대를 설치했다.
실내에서만 뛰던 선수들은 낯선 환경에 애를 먹었다. 외곽슛은 골대에 미치지 않을 만큼 어림없이 짧았다. 평소 쉽게 성공시키던 자유투도 림을 빗나가기 일쑤였다. 5개의 슈팅을 시도하는 3점슛 대회에서는 한두 개 성공시키기도 힘들었다. 농구 대표팀 허재 감독의 아들 허웅(용산고)은 "요령이 생겨 레이업슛 위주로 공격했다"며 웃었다.
용산고는 결승에서 광신정산고를 21-16으로 꺾고 우승했지만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최근 영유권 문제로 일본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독도를 찾아 기억에 남을 경기를 했다는 뿌듯함이 컸다. 청소년 대표인 광신정산고 이동엽은 "우리 땅 독도에서 멋진 추억을 만들었다. 독도를 지키느라 고생하는 분들에게 작은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전 선수들과 이종걸 회장을 비롯한 대한농구협회 관계자들은 경기 후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공 5개를 바다에 던졌다. 이 공이 동해 너머 일본까지 흘러가기를 바라는 일념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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