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선수권 D-14]스프린터 역대 최고 vs 현역 최고… 칼 루이스와 우사인 볼트
동아일보
입력 2011-08-13 03:00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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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17개, 트랙 제왕” “올림픽 세계신 3관왕”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선수 가운데 독보적인 존재다. 남자 100m, 200m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볼트는 2008, 2009년 잇달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가 됐다. 그런 그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프린터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아직은 이르다. 볼트의 등장 이전에 칼 루이스(50·미국)가 이룬 업적은 넘지 못할 성역으로 여겨져 왔다. 루이스는 IAAF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선수’다.
13세에 멀리뛰기로 육상을 시작해 단거리로 영역을 넓힌 루이스는 20세였던 1981년부터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인 1983년 헬싱키 세계선수권에서 100m, 400m 계주, 멀리뛰기 3관왕에 오르며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루이스는 이듬해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더 빛났다. 100m, 200m, 400m 계주, 멀리뛰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4관왕을 차지하는 등 자신의 우상이었던 제시 오언스(미국·1913∼1980)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달성했던 신화를 48년 만에 재현했다. 올림픽 육상 4관왕은 오언스와 루이스뿐이다.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지만 루이스는 한눈을 팔지 않고 육상에 전념했다. 1991년 도쿄 세계선수권에서는 9초86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100m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기도 했다.
루이스가 돋보이는 점은 꾸준함이다. 나이가 들면서 단거리 종목 능력은 급격히 떨어졌지만 그를 육상에 입문하게 했던 멀리뛰기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도 당시 35세였던 그에게 금메달을 안겨줬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올림픽 개인종목에서 4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그를 포함해 셋뿐이다.
16세이던 2002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200m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육상계에 이름을 알린 볼트였지만 메이저대회 데뷔 무대는 루이스에 비해 초라했다.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200m,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이듬해 베이징 올림픽에서 그에게 필적할 만한 선수는 없었다. 그는 100m, 200m, 400m 계주에서 모두 종전 세계기록을 깨뜨리는 전인미답의 신화를 이뤄냈다. 그리고 1년 뒤 베를린 세계선수권 100m, 200m에서 다시 자신의 기록을 깨뜨리며 세계를 경악케 했다.
단순히 개인 최고기록만 보면 볼트가 앞서지만 시대가 다른 두 선수의 기록을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1980년대 트랙은 지금처럼 탄성이 좋지 않았고 요즘처럼 스포츠과학으로 무장한 신발도 없었다. 어차피 기록은 깨지기 마련이다. 만약 루이스가 21세기에 뛰었다면 적어도 100m에서는 볼트와 치열한 기록 경쟁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세계선수권은 1991년까지 4년 주기로 개최되다 이후 2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루이스와 볼트는 출전 기회부터 다르다. 변함없이 4년 주기로 열리는 올림픽에서 루이스는 9개의 금메달을 땄다. 그렇다면 첫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볼트가 기록뿐 아니라 금메달 수에서도 루이스를 능가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는 없다.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어도 혹독한 자기 관리가 없다면 선수 생명이 짧은 스프린터가 4차례나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다만 변수는 있다. 자메이카 계주 팀이 당분간 세계 최강의 전력을 유지하고 볼트가 자신의 말처럼 내년 런던 올림픽 출전 이후 멀리뛰기에 도전해 성공한다면 3차례의 올림픽에서 9개 이상의 금메달을 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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