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클’ 클리블랜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승률 0.704 ML 전체 1위… 꼴찌 후보의 대반란

개막 전만 해도 꼴찌 후보였다. 지난해 69승 93패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5개 팀 가운데 4위에 그쳤고 시즌을 마친 뒤 눈에 띄는 전력 보강도 없었다. 선수 총연봉은 4919만 달러(약 526억 원)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26위에 불과하다. 뉴욕 양키스(2억269만 달러·약 2169억 원)의 25%도 안 된다.

그런 클리블랜드가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3일 현재 19승 8패(0.704)로 승률 7할을 넘긴 유일한 팀이다. 최근 6연승에 홈 13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홈 13연승은 구단 타이 기록이다. 1996년에 달성했는데 당시 클리블랜드는 중부지구 1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클리블랜드의 상승세 뒤에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매니 악타 감독(42)이 있다. 지난 시즌부터 클리블랜드를 맡은 그는 워싱턴 사령탑 시절부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젊은 선수들을 잘 이해하는 감독으로 꼽힌다. 악타 감독은 누구보다 훈련 태도를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클리블랜드 선수들이 올 스프링캠프에서 어느 때보다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것은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어 가능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투수들이 제 몫을 해주고 있다. 27경기에서 선발진이 합작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가 20차례나 된다. 저스틴 매스터슨은 5승 무패에 평균자책 2.25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2009년에 데뷔해 사실상 올해 처음 풀타임 선발로 나서고 있는 조시 톰린도 4승 무패에 평균자책 2.45로 맹활약하고 있다.

타선에서는 주축 타자들의 부활이 반갑다. 2008년 33홈런-38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간판으로 떠올랐던 그레이디 사이즈모어는 최근 2년 동안 무릎 부상으로 고전했지만 4월 중순부터 팀에 합류해 타율 0.340에 4홈런 9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팀 내 최고 연봉자인 트래비스 해프너도 타율 0.342에 4홈런 11타점으로 몸값을 하고 있다. 지난 2년 홀로 팀 타선을 이끌었던 추신수도 초반 부진을 털어내고 최근 8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클리블랜드가 포스트시즌에 마지막으로 진출했던 것은 2007년. 지구 1위로 정규시즌을 마친 뒤 디비전시리즈에서 양키스를 꺾었지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보스턴에 졌다. 당시 추신수는 팔꿈치 수술을 받아 TV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추신수는 “올 시즌 나의 유일한 목표는 포스트시즌에서 뛰는 것”이라고 했다. 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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