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산악계의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가 "오은선의 진실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다시 한번 오은선에 대한 지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메스너는 최근 국내에서 번역, 출간된 저서 '정상에서'(문학세계사 펴냄)에서 이같이 말하며 "유럽 언론이 유럽 출신 경쟁자의 명성을 위해 비방을 일삼는 것은 대중의 입맛에 영합하는 싸구려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다.
'편견과 한계를 넘어 정상에 선 여성 산악인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여성 알피니즘의 역사를 광범위하게 조명한 책으로 메스너는 이 책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여성 최초 14좌 완등 경쟁의 진실을 다루고 있다.
그는 칸첸중가 정상 사진의 진위로부터 촉발된 이번 논란이 오은선의 등반 스타일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 데 대해 쓴소리를 했다.
"무엇보다 오은선이 방송 촬영팀을 통해 등반 현장을 한국으로 생중계하면서 대대적인 광고를 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마치 비난을 하는 당사자는 고정자일도 사용하지 않고, 단독 등반을 하면서 카메라 팀의 동반을 한 번도 허락한 적이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얼마나 비뚤어진 세상인가!"(369쪽)
1978년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반에 성공하기도 했던 메스너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방법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며 오은선의 등반 방식을 옹호했다.
"오은선은 첫 번째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었기 때문에 승자가 되었다. 다른 말이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더 아름답거나 더 믿음을 주는 방식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이아니라, 또는 언제나 '공정하게' 등반을 진행한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그녀가 일인자다."(373쪽)
그는 또 "이번 오은선 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단 한 가지다. 대중이라는 것이 악용되면 얼마나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홍보와 이익, 언론이라는 혼란 속에서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이야기는 한 사람을 쉽게 파괴해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오은선과 여성 최초 14좌 완등 경쟁을 벌였던 스페인의 에두르네 파사반과 오스트리아의 겔린데 칼텐브루너를 비롯해 헤티 디렌푸르트, 준코 타베이, 린 힐, 니베스 메로이 등의 여성 산악인들을 조명하고 있다.
메스너는 지난해 출간 이후 독일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고미영의 실족 사망 사고를 보면서 몇몇 여성들이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8000m급 14좌 완등을 이루어내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집필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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