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특집] 김자영 스무살 꿈 “큰 물에서 시즌 3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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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5일 07시 00분


귀여운 외모, 그러나 배짱은 두둑
데뷔 첫해 12개대회서 7차례 톱10
KLPGA 등 메이저대회 강한 면모

겨우내 쇼트게임 정확성 집중훈련
2년차 징크스? 전 그런 것 몰라요!

투어 2년차 김자영이 2011년 KLPGA 투어의 새 여왕 자리를 넘보고 있다. 힘차게 티샷하고 있는 김자영. 스포츠동아 DB
투어 2년차 김자영이 2011년 KLPGA 투어의 새 여왕 자리를 넘보고 있다. 힘차게 티샷하고 있는 김자영. 스포츠동아 DB

올해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선 그야말로 진흙 속의 진주를 찾아야 한다. 서희경, 이보미 등 KLPGA 투어를 누볐던 스타들이 한꺼번에 해외로 빠져나가 여왕의 자리가 비었다.

누가 그 자리에 오르게 될지는 예측불허.

분명한 건 겨울동안 더 많은 땀을 흘린 선수의 차지라는 것이다.

여왕이 되기 위해 그 누구보다 많은 땀을 흘리고 돌아온 김자영(20·넵스)을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날 김자영은 또 다른 인생의 첫 발을 내딛었다. 운전면허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여왕이요. 하면 되죠”

김자영이 신난 표정으로 카페에 들어왔다.

“저 한번에 통과했어요. 아버지가 차 사준다고 하셨는데 지금 뭘 살지 고민이에요. 내 차가 생긴다고 생각하니 신이 나요.”

시즌 전 학교(동국대 체육학과)에 다니고 있는 김자영은 틈틈이 운전면허 학원을 다닌 끝에 이날 운전면허 합격증을 받아들고 뛸 듯이 기뻐했다.

숨을 돌리고 골프로 주제를 돌렸다. 새 여왕 얘기부터 꺼냈다.

여왕 후보는 많다. 2010 시즌 막판까지 상금여왕 경쟁을 펼친 양수진과 안신애, 조윤지 등 즐비하다. 강호들 틈에서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제2의 최나연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자영이다.

아직 우승 한번 해보지 못한 김자영에게는 다소 큰 기대일 수 있다.

김자영은 의외로 담담했다. “사실 부담은 되죠. 하지만 지혜롭게 잘 이용하면 제 자신에게 동기부여도 되고 더 좋은 것 같아요.”

올해 목표를 3승으로 세웠다. 당돌한 목표처럼 보이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3승 자신 있어요. 그리고 우승을 하더라고 큰 대회에서 하고 싶어요. 누가 그러던데 골프를 잘 하려면 ‘먹어도 큰 판을 먹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 생각도 그래요. 이왕이면 큰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이런 배짱이 어디서 나오나 했더니 어려서부터 운동선수를 했던 과거가 있었다. “7살 때 수영을 해서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선수를 했어요. 대회도 나가 보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승부근성이 키워진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김자영은 유독 큰 대회에서 강했다.

메이저 대회인 KLPGA 챔피언십과 KB 국민은행 스타투어 같은 큰 대회에서 모두 톱5에 들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두둑한 배짱을 갖고 있었다.

○“첫 대회선 벌벌 떨었죠”

데뷔 무대는 최악이었다.

첫날 85타, 둘째 날 77타를 쳤다. 당연히 최종전엔 나가보지도 못했다.

“첫 경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창피해요. 정말 긴장을 많이 했어요. 손이 떨릴 정도였고 경기가 끝난 뒤엔 어떻게 플레이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죠. 그땐 정말 뭐가 뭔지 몰랐어요. 88타 이상을 치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는 룰이 있는데 첫 희생자가 되는 줄 알았죠. 겨우 2라운드에 진출은 했지만 컷 통과는 하지 못했죠.”

김자영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유망주는 아니다. 골프를 시작한 것도 중학교 1학년 때다.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 한참을 늦게 시작했다.

짧은 경력 탓에 프로 무대가 높게만 보였고 자신감도 부족했다. 그렇게 벌벌 떨면서 경기를 끝냈던 김자영이 언제부턴가 확 달라졌다.

“4번째 경기부터였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해봤자 나만 손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뒤부터는 이를 악 물고 쳤고, 자신 있게 경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이 편해지고 성적도 좋아지더라고요.”

상반기 바닥을 헤맸던 성적은 하반기 몰라보게 달라졌다.

12개 대회에 나서 7차례나 톱10에 들었다. 우승만 없을 뿐이지 톱클래스에 버금가는 성적이다. “예전에는 골프가 즐겁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주니어 때는 그냥 해야 되니까 하는 것뿐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어요. 필드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골프가 즐거워진 김자영에게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

○“준비된 자가 여왕 될 것”

시즌 개막이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를 끝낸 김자영은 시즌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년차 징크스’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게 뭐죠. 전 그런 거 몰라요. 그냥 못 들은 걸로 할게요”라고 받아쳤다.

앞만 보고 갈 계획이다. “최나연 언니를 좋아해요. 언니처럼 한국과 미국에서 성공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언니의 플레이를 보면서 많이 따라하기도 하죠. 체격 조건이나 골프스타일도 저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꼭 언니처럼 되고 싶어요.”

나름의 분석도 끝냈다. 부족한 부분은 동계훈련을 통해 완벽하게 보완했다. “파5에서 버디를 많이 하는 편이었죠. 세 번째 샷을 핀에 가깝게 붙여야 하는 데 정확성이 조금 떨어졌거든요. 동계훈련을 통해 쇼트게임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어요. 퍼트 문제도 많이 해결했어요. 꼭 넣어야 하는 순간에 넣지 못하는 실수가 많아서 훈련 때 퍼트 연습을 많이 했어요.”

골프도 예전과 달라졌다. 좀더 세밀하고 정교했다.

“지금까지의 골프는 공이 떨어지면 그 지점에서 다음 플레이를 하던 방식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공을 어느 지점에 떨어트려 다음에 어떻게 플레이할지 생각하고 경기하죠. 뭐랄까. 좀더 디테일한 골프를 하게 된 거죠.”

김자영은 몇 번이고 “자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상위권에 있던 선수들이 많이 외국으로 나갔지만 새로 투어에 합류하는 동생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여왕이 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제일 준비를 잘한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게 되겠죠”라며 활짝 웃었다.

김자영은 누구?

1991년 3월18일 생. 동국대학교 체육교육과 2학년에 재학 중. 양수진과 같은 넵스(Nefs) 소속이다. 아버지(김남순 씨)의 영향으로 골프를 시작했고, 2009년 프로에 입문했다. 2010년 KLPGA 정규투어에 올라와 상금랭킹 14위에 올랐다. 대우증권클래식 2위, 넵스마스터피스 4위, 메트라이프 KLPGA 챔피언십 3위, KB국민은행 스타투어 5위 등 톱10에 7차례 들었다. 드라이버 샷은 평균 240야드. 가장 자신 있는 샷은 미들 아이언이다. 귀여운 외모 덕에 많은 삼촌팬을 거느리고 있으며, 작년 5월 개설된 팬 카페에는 벌써 700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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