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숯검댕…“농구감독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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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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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마다 피말리는 승부… 10개구단 사령탑 ‘천근만근 스트레스’ 해소법

20초 남짓한 짧은 작전 시간. 벌겋게 상기된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 모은다. 중계 카메라가 자신을 찍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열변을 토한다. 쉽게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방금 지시한 작전이 실패할 땐 피가 거꾸로 쏠리는 기분이 든다. 프로농구 감독 얘기다.

○ 잠 1시간 자고 버텨… 시즌 내내 목감기

다른 종목에 비해 농구 감독들은 순간 스트레스가 유달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임아웃 때마다 호통을 치기 때문만은 아니다. 점수가 많이 나고 동점과 역전이 유난히 많은 경기 특성 때문이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축구나 야구처럼 느긋한 경기가 아니다. 24초 공격제한 시간 동안 10가지도 넘는 지시가 오가다 보니 주름살이 늘어간다”고 말했다.

팀당 54경기를 치르는 정규 시즌이 막바지를 향하면서 감독들의 몸과 마음은 그야말로 천근만근이다. 두 달 넘게 1위를 고수하며 정규 시즌 우승을 앞두고 있는 KT 전창진 감독도 마찬가지. 전 감독은 “잠을 1시간 정도밖에 못 자며 버티고 있다. 목감기를 시즌 내내 달고 다녀도 줄담배를 피우다 보니 나을 기미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전 감독은 “가끔 시간 날 때 당구를 쳤는데 요즘은 당구 큐를 잡아도 농구 생각만 맴돌아 관뒀다”고 덧붙였다.

피 말리는 마지막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사령탑들은 어떻게 심신을 다스릴까. 프로농구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스트레스 퇴치 방법은 다름 아닌 등산이다. KT와 우승을 다투는 2위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새벽 산행 마니아다. 잠까지 줄여가며 평소엔 인천대공원 부근 관모산을, 지방 방문경기를 가선 해당 지역 명산을 찾는다. 유 감독은 “올해도 계룡산, 소백산, 가야산 등을 찾았다. 숨이 턱까지 찰 때는 복잡한 농구 생각을 잊을 수 있다”며 등산 예찬론을 폈다.

SK 신선우 감독도 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경기 용인의 숙소 주변 덕조봉에 주 1회 이상 오른다.

○ 선수들과 목욕탕 알몸 미팅

사우나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사령탑도 있다. 6강행을 확정한 LG 강을준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마다 선수단과 목욕탕 알몸 미팅을 갖는다. 혼혈선수 문태영과 외국인선수 크리스 알렉산더도 반바지 차림으로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강 감독은 “팀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소통의 시간을 갖는 데 목욕만큼 좋은 게 없다. 문태영이 팀에 융화될 수 있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체력 보조제도 인기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여유가 없다 보니 운동은 꿈도 못 꾼다. 홍삼 진액이나 헛개나무 알약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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