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호기심천국] “어깨보다 풋워크 좋아야 도루 잘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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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5일 07시 00분


어깨 vs 풋워크…포수의 도루저지 제1 덕목은?

조인성-박경완. 스포츠동아DB
조인성-박경완. 스포츠동아DB
최근 4년간 한국프로야구의 뚜렷한 경향 중 하나는 ‘뛰는 야구의 득세’다. 2007년 총764개였던 팀도루의 총합은 2008년 987개, 2009년 1056개, 2010년 1113개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 시즌 세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팀 역시 2007년 4개에서 2008년 5개, 2009년 7개로 늘어났다. 마침내 2010시즌에는 8개 구단이 모두 10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했다. ‘훔치는 자’가 날뛸수록, ‘막는 자’의 머리속은 복잡해지게 마련. 각 구단의 스프링캠프에서도 이를 대비한 훈련이 한창이다.

도루저지에서 간결한 투구동작이 강조되기는 하지만, 미사일 같은 송구 역시 모든 포수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풋워크만 뛰어나면, 평균의 어깨로도 충분히 저격수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어깨냐, 풋워크냐’ 포도대장의 제1덕목은 무엇일까.

왜 어깨보다 풋워크인가

2루까지 공 도달시간 차이 0.1초 이내
포구부터 송구 직전 시간 단축이 관건

○공이 2루까지 비행하는 시간의 차는 0.1초 이내


예일대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로버트 어데어는 명저 ‘야구의 물리학’에서 ‘송구’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시도했다. 만약 포수가 인간능력의 절대치로 알려진 초속160km/h로 2루에 송구한다면, 공이 39m밖에 있는 2루까지 비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0초다.

사실 투수와는 달리, 야수들은 자신의 최고구속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 2010시즌 중 넥센 덕아웃에서는 야수들이 입단 당시 측정한 구속을 주제로 장난스러운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이숭용(40·넥센)이 130km/h를 던질 수 있느냐?”는 것이 논점이었는데, 이 때 야수들이 밝힌 자신의 최고구속은 약 130km대 초중반에서 140km대 초반이었다. 유선정은 “포수의 어깨 차이도 구속으로는 10km/h 정도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어데어의 계산에 따르면, 홈플레이트부터 2루까지의 거리(약39m)와 비슷한 약41m거리를 초속 160km/h로 송구할 때 걸리는 시간은 1.09초다. 반면 그 보다 초속이 5% 덜나오게 던지면 0.06초가 지연된다. 칼 루이스처럼 아주 빠른 주자가 60cm를 벌 수 있는 시간이다.

최강 포도대장, 뭐가 다른가

민첩한 풋워크·간결한 송구동작 무장
신속한 볼빼기와 송구 정확성도 일품

○송구준비동작의 포수별 차는 최대 0.2초


하지만 0.06초라는 시간은 송구동작에서 나는 차이보다는 확실히 짧다. 미 플로리다 주 세인트피터스버그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넥센 포수들은 풋워크 능력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동수(43) 배터리코치는 “사실 공이 날아가는 데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포구부터 송구직전까지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이 동작에서만 포수별로 최대 0.2초까지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주자가 사람 키만큼의 거리를 벌 수 있는 시간이다. 만약 2루보다 송구 거리가 짧은 3루 도루의 경우라면, 송구동작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공이 비행하는 데 걸리는 시간의 차가 2루 송구 때(0.06초)보다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서 160km/h의 초속으로 송구하는 포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어데어의 모델은 빠른 송구동작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강귀태와 허준, 유선정, 이해창 등 넥센의 포수4인도 모두 “(어깨보다) 풋워크가 좋은 포수가 도루를 잘 잡는다”고 의견을 모았다.

○민첩한 풋워크와 정확한 제구…‘평범’에서 ‘비범’으로 나아가는 법

1990년대 한일슈퍼게임에 참가했던 김동수 코치는 일본최고의 포수였던 후루타 아쓰야(전 야쿠르트)의 송구동작을 기억하고 있었다. “일본 포수들은 송구가 ‘슝’(궤적이 다소 완만하다는 의미)하고 가는데도 확실히 다르다. 송구동작이 간결하고, 또 정확했다. 조지마 겐지(한신)는 어깨가 좋지만, 빼는 동작도 엄청 빠르다. 평균 정도의 어깨를 갖고 있다면 훈련을 통해 충분히 좋은 포수가 될 수 있다.”

결국 포수는 풋워크가 간결한 송구동작의 결정적 요소다. 박경완(39·SK)이 “전성기 시절의 어깨가 아니다”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2010시즌 도루저지율(0.352) 1위에 오른 비결이기도 하다.

넥센의 한 포수는 “송구가 빗나가면 아무리 빨리 던져도 소용이 없다. 박경완 선배는 송구가 정확하고, 뛰는 타이밍을 잘 알기 때문에 준비도 항상 잘 돼 있다”고 덧붙였다. 제구력은 투수 뿐 아니라 포수에게도 중요한 덕목이다.

간결한 송구동작에서, 공을 빼내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넥센 손승락은 “내가 볼 때 8개 구단 유격수 중에서 강정호(넥센)가 글러브에서 공을 빼는 동작이 가장 빠르다. 강정호가 고등학교 때까지 포수를 봐서 그런 것 같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강한 어깨가 유리한 점은?

강견은 테이크백 동작 짧게 할 수 있어
‘앉아쏴’ 등 다양한 송구옵션 구비 용이


○‘서서쏴’부터 ‘앉아쏴’까지…강견포수는 다양한 송구동작옵션 구비 용이

조인성(LG)과 조지마 겐지의 소위 ‘앉아쏴’ 옵션도 ‘간결한 송구동작의 중요성’을 반영한다. 두 포수는 한일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강견이다. 분명 정상적인 송구동작을 하면, 더 강하고 정확한 송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른 주자와 아슬아슬한 대결을 할 때, 두 저격수는 어김없이 ‘앉아 쏴’를 실시한다. 강한 송구를 포기하더라도 송구동작에서 걸리는 시간을 줄여 승부를 걸겠다는 의미다.

포수들이 풋워크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는 프로선수들이 당장 어깨가 좋아지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어깨가 좋은 포수는 송구 동작을 줄이는데도 분명 유리한 점이 있다.

김동수 코치는 “일단 강견의 포수들은 테이크 백 동작을 짧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어깨능력과 송구동작이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강견의 포수들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송구동작옵션을 구비하기가 용이하다. 제자리에서 살짝 턴을 하는 것만으로도 2루 송구가 가능한 조인성이 대표적인 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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