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계전국남녀중고연맹전 차세대 농구스타 삼총사 ‘허웅-이종현-이동엽’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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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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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평정, 그 아버지에 그 아들

점프볼-루키 제공
점프볼-루키 제공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었다.

2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끝난 제48회 춘계 전국남녀중고연맹전에서는 농구 2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결승에 오른 용산고 가드 허웅(18)은 프로농구 KCC 허재 감독의 맏아들. 4연패를 노린 용산고를 65-60으로 꺾고 14년 만에 대회 정상에 복귀한 경복고의 센터 이종현(17)은 허 감독의 중앙대 1년 후배로 아마추어 기아에서 센터로 뛴 이준호 씨의 아들이다. 4강전에서 용산고에 아쉽게 패한 광신정산고에는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이호근 감독의 장남 이동엽(18)이 에이스로 뛰었다. 이 세 명은 지난해 청소년대표로 뽑혔으며 6월 라트비아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표로도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피는 속일 수 없다는 듯 한국 농구를 이끌 유망주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 삼인 삼색

허웅은 허 감독이 미국에서 연수를 받던 시절인 초등학교 5학년 때 농구를 시작했다. 또래들보다 늦었어도 타고난 감각으로 실력을 키웠다. 과감한 돌파와 드리블이 뛰어나다. 아버지와 같은 등번호 9번을 달고 이번 대회에서 향상된 공격력을 앞세워 경기당 평균 25득점으로 생애 첫 득점왕에 올랐다. 허웅은 “우승을 놓쳐 너무 아쉽다. 마지막 두 번의 3점슛을 모두 실패한 건 집중력이 떨어진 탓”이라고 말했다. 허웅은 올해 동생 훈이 용산고에 입학할 예정이어서 더욱 든든해졌다.

206cm의 당당한 체격을 지닌 이종현은 서장훈 하승진의 뒤를 잇는 차세대 센터로 주목받고 있다. 몸싸움이 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웨이트트레이닝에 매달리면서 98kg에 머물던 체중을 115kg까지 불렸다. 평균 16득점에 11리바운드로 매 경기 더블더블을 기록한 셈이다. 야투 성공률이 80%에 육박해 잡으면 한 골이란 얘기를 듣는다. 이종현은 “우승 부담에 실수가 많았다. 다음엔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찌감치 아빠 몰래 농구공을 잡은 이동엽(194cm)은 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를 번갈아 맡다 지난해 대형 포인트가드로 변신했다. 어린 나이에도 풍부한 경험을 지녔다. 이 대회에서 평균 17득점에 리바운드도 6.6개를 잡았다. 수비감각이 탁월해 가로채기를 25개나 했다. 이동엽은 어시스트상과 수비상을 수상했다.

이들에 대한 대학의 스카우트 공세도 뜨겁다. 허웅은 허 감독의 모교 중앙대로, 이동엽은 고려대 진학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2학년인 이종현은 벌써부터 몇 개 대학팀에서 열띤 러브콜을 보내는 가운데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 바스켓 부자의 애환

누구보다 확실한 개인코치가 될 수 있어도 ‘바스켓 대디’들은 마음대로 자식 일에 나서기가 힘들다. 프로팀을 맡고 있어 집을 오래 떠나 있기도 하고 자칫 농구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이득을 본다는 등 다른 학부모의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아들이 뛰는 것을 1년 만에 지켜봤다. 이날 체육관 꼭대기에서 관전한 허 감독은 “마음 편히 경기를 볼 수 없는 입장이다. 괜히 이상하게 비칠까 봐 염려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 감독과 동갑인 이호근 감독도 “일정이 바빠 제대로 레슨 한번 해 준 적이 없다”며 미안해했다.

아들 역시 아버지의 후광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아버지가 선수 때는 이랬는데’라고 비교당하는 게 달갑지 않다. 아직 갈 길이 먼 허웅 이동엽 이종현은 “누구의 아들로 불리고 싶지 않다. 앞으로는 아버지를 누구의 아빠로 불리도록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여고부에선 인성여고가 숙명여고를 77-61로 꺾고 4년 연속 우승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허재 프로농구 KCC 감독=늘 바빠 아버지로서 해준 게 없어 미안하다. 흔히 공격 위주의 농구를 하기 쉬운데 반쪽짜리 선수가 되지 말고 수비도 할 줄 알기를 바란다. 이제 출전 시간이 늘어난 것 같은데 졸업반인 만큼 경기 운영과 승부처에서 해결할 줄 아는 자신감을 갖추기 바란다.

이준호 전 기아농구단 선수, 기아자동차 근무=한국 농구에서 보기 드문 정통 센터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외곽 플레이도 좋지만 힘들더라도 묵묵히 골밑을 지키는 근성을 키웠으면 한다. 나날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정신력과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져야 한다.


이호근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감독=자만하지 말고 목표의식을 가져야 한다. 혼자 잘하기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어울리는 농구를 해야 기회가 찾아온다. 포인트가드는 예전과 달리 게임 리딩, 패스 능력과 함께 슈팅도 잘해야 한다. 슈팅 연습을 많이 하라고 했는데 자주 못 보니까 잘 모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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