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베이스볼] 연재를 마치며…“격려에 웃고 악플에 울고…야구사랑 더 단단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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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7일 07시 00분


2011 프로야구 시즌 개막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겨우내 야구 경기에  목말랐던 많은 여성팬들은 벌써부터 새 시즌이 ‘플레이볼’되는 4월 2일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2011 프로야구 시즌 개막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겨우내 야구 경기에 목말랐던 많은 여성팬들은 벌써부터 새 시즌이 ‘플레이볼’되는 4월 2일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국민 감독’김인식(64)마저 깜짝 놀라게 한 여성팬들의 야구 사랑. 지난해 12월 18일 시작된 특별기획‘미스 베이스볼’의 주인공 여덟 명이 여실히 보여줬다.

스포츠동아는 최근 몇 년 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여성 야구팬들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8개 구단 여성팬을 초대했고, 이들은 지난 9주 동안 야구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애정을 가감 없이 풀어놓았다.

마지막 10회는 말 그대로‘에필로그’.‘미스 베이스볼’에 참여하면서 느낀 소감과‘우리 팀’에 대한 진솔한 응원 메시지를 담았다. 이들의 시선은 이미 2011 시즌 개막일인 4월 2일을 향해 있다.첫 기사 나온 날 문자·댓글 폭주에 깜짝

○두산팬 최선경=아직도 생각이 나요. 첫 기사가 나오던 날. 지인들의 쇄도하는 문자 메시지와 포털 사이트에 커다랗게 걸려 있던 ‘미스 베이스볼’ 기사, 그리고 수많은 댓글들. 한편으로 ‘내가 사고 한 번 단단히 쳤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이 기회를 통해 야구를 향한 제 사랑은 더 커진 것 같아요.

올해는 정말 두산의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기원합니다! 이토록 간절하게 원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김경문 감독님의 임기 마지막 해이고, 1군의 주축 선수들이 군 입대까지 미루면서 남아 준 데다, 팬들도 간절히 바라는 ‘V4’니까요. 정말 김 감독님이 계실 때 꼭 우승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미스 베이스볼’ 팀과 계속 좋은 인연을 이어갔으면 해요. 좋은 분들을 정말 많이 알게 됐거든요. 이젠 어느 팀 홈구장을 가도 같이 야구보고 연락할 인연들이 생겼다는 것, 정말 기쁩니다. 올해 8개 구단 모두 치열하고 즐겁게 야구 해봐요!

“선수 얼굴만 본다?”…편견 깨는 기회


○SK팬 박다해=처음엔 ‘내가 그렇게 할 얘기가 많을까’걱정했는데, 벌써 10주가 다 갔다니 믿기지가 않네요. 일단 저는‘미스 베이스볼’이 여성 야구팬에 대한 편견을 깨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여성팬들이 선수들의 얼굴만 보고 좋아한다는 편견을 가진 분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남자들 못지않게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를 사랑하고 즐기는 분들이 많아요. 비단 저희 여덟 명뿐만 아니라 그런 분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죠.

‘알면 얼마나 알겠냐’하시던 분들도 막상 대화를 나누면 깜짝 놀라세요. 그러니 여성팬과 남성팬, 오래된 팬과 신생팬으로 편을 가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 같아요.

2011시즌에 대한 제 소망을 조심스레 얘기해 본다면, 올해도 당연히 SK가 ‘V4’를 달성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큰 욕심 아니냐고요? 팬의 욕심이란 원래 끝이 없잖아요!

또 그동안 우리 팀이 신인상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올해는 쟁쟁한 기존 선수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새 얼굴들도 많이 봤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가장 기대가 큰 분은 새로운 유격수 박진만 선수예요!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박진만 선수가 빨간 유니폼을 입고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지 기대돼요.

다른 구단 팬들과도 인연 맺게돼 보람

○KIA팬 김은경=정말 마지막이 오긴 오네요. 야구팬으로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팬카페를 통해 단체 관람을 하면서 아무래도 KIA팬들과 교류가 잦았고 정보도 KIA 위주로 얻곤 했는데, 이렇게 다른 팀을 응원하는 팬들과 대화도 나누고 인연도 맺게 돼서 정말 좋았습니다.

올해도 KIA 선수들이 별 탈 없이 경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야구장이 팬들에게 좋은 쉼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열혈팬들 뿐만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곳 말이죠.

시즌이 조만간 시작되는데, 우리 선수들이 한 명도 다치지 않고 그동안 노력한 만큼의 좋은 결과를 내길 바라봅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작년의 아쉬움을 올해는 선수와 팬들이 함께 풀었으면 좋겠어요. 또 한 번 우승해 봅시다!

포털에 뜬 내 모습 보고 부모님 기뻐하셔

○롯데팬 박현수=‘미스 베이스볼’ 참여를 결정한 뒤 무척 긴장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스포츠동아 건물에 들어설 때가 생각나요. 그 때부터 소중한 분들과의 인연이 시작돼서 그런가 봐요.

여덟 명이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풀어 가다 보니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참 많더라고요. 처음엔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아 하루를 무기력하게 지내기도 했지만, 부모님이 인터넷으로 제 모습을 보시고 좋아하시는 모습에 뿌듯하기도 했어요. 좋은 인연과 더 많은 배움, 소중한 추억을 쌓은 계기였어요.

2011 시즌에는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롯데의 우승을 기원합니다. 새 사령탑이 이끄는 롯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정말 기대돼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만족하지 않고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그 날이 꼭 왔으면 좋겠어요.

‘10회 대장정’ 해낸 모두가 자랑스러워

○한화팬 구율화=군 복무 중인 사촌 동생이 전화를 했더라고요. “누나가 ‘미스 베이스볼’이야? 우하하.” 전화기 저편에서 울리는 웃음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괜한 짓을 해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죠.

이름뿐인가요. 포털 사이트 대문에 얼굴이 공개된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세더군요. 심지어 ‘민낯’이었는데…. 업계 동료들은 “이러다 야구계에서 한 자리 차지하겠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고요, 담당 기자님의 메일은 어쩜 그렇게 꼬박 꼬박 거르지 않고 도착하는지….

없는 집 제삿날 돌아오는 게 이런 거구나, 어떻게 또 한 주를 넘기나 싶어 한숨을 쉬곤 했어요. 하지만 길게만 느껴졌던 10회의 연재가 모두 끝나고 나니, 저와 동료들, 그리고 담당 기자님들과 스포츠동아가 모두 자랑스럽습니다. 그럼요. 우린 누구도 생각지 못한 기획을 해낸걸요.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아마 스포츠동아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세상에 제 목소리를 낼 기회는 없었겠죠. 소중한 기회를 주신 관계자분들과 저를 긴급 섭외해주신 한화 홍보팀장님께도 감사드려요.

미스코리아 당선 소감 같아서 좀 어색한데,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할 게요. 내 삶의 활력이자 든든한 동반자이며 영원한 나의 꿈, 한화 이글스! 제발 올해는 높이높이 날아올라 주세요!

시범경기가 한달 앞으로…벌써부터 설레

○넥센팬 황선하=연재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말을 고르는 일이었어요. 넥센팬은 스토브리그마다 참 괴롭거든요. 원망을 해봐도 대안이 있는 게 아니니 화병이 날 지경입니다. 그래서인지 입만 열면 불평·불만·신세 한탄 등이 튀어나옵니다.

그런데 어쩌겠어요. 근본적으로는 이 팀을 응원하는 제 업보인 셈인데요. 그러고 보니 ‘내년엔 팬 그만 둔다’는 말버릇이 벌써 4년째 접어드네요. 아마 올 시즌 후에도 비슷한 얘기를 하고, 또다시 이 팀을 응원하겠죠. 가끔 떠나간 선수들이 다시 돌아오는 상상을 해봅니다. 지금 잠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이 시큰하네요.

부디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특히 사랑하고 존경하는 김시진 감독님, 많은 팬들이 정말 감독님 한 분 믿고 이 팀 떠나지 않고 응원하고 있어요.

아마도 올 시즌 끝날 즈음 넥센팬들의 가장 큰 걱정이 감독님 재계약 여부일 것 같아요. 좋은 제안을 받으시면 훌훌 떠나 버리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 반, 떠나지 말아 달라 부탁드리고 싶은 마음 반입니다.

시범 경기 시작이 한 달도 안 남았다니 벌써 설레요. 올해는 부디 울 일도, 포기할 일도 없는 시즌이 되기를.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송신영 선수, 앞으로 10년 더 파이팅입니다!

‘모태 야구팬’으로 성장기 되돌아본 시간

○삼성팬 김빛나=삼성팬 부모님 덕분에 생후 70일 만에 야구장을 찾은 저에게 야구란 취미이기 이전에 일상이자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였어요. 자연히 10주간 야구에 대한 일화를 기억해 내면서, 저의 성장기도 되짚어 보고 야구와는 뗄 수 없는 가족에 대한 의미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야구에 대한 사랑, 삼성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지만, 더 나아가 지면을 통해 글을 읽어 주신 분들에게 그 사랑이 전달되고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아요. 또 야구장에서 더 많은 여성팬들을 볼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올 시즌에는 삼성 야구에 대한 기대도 남다른 것 같아요. 새로 부임하신 류중일 감독님의 삼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했을지 하루 빨리 보고 싶어요. 올해의 삼성은 화끈한 공격력과 끈끈한 마운드를 앞세운, 재미있는 야구를 팬들에게 선물해 줄 거라 믿어요.

멋진 플레이 하나에 시름을 잊기도 하고, 재미있는 경기 하나에 인생의 즐거움을 찾기도 하는 수많은 팬들이 옆에 있다는 것을 항상 잊지 말고 올해도 우승을 향한 도전을 계속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올 가을에는 잠실서 LG 응원가 들리길

○LG팬 송주현
=10주가 무지 길 줄 알았는데, 야구에 대한 이야기로 채우다 보니 금방 지나가 버리네요. 야구 시즌은 일몰이 가장 예쁜 시기라서, 전 동그란 구장에서 바라보는 하늘의 모습을 정말 좋아해요.

야구장에서 야구 안보고 딴청 피우냐 물으신다면, LG 야구를 보면서 하늘 한 번 바라보지 않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 유명한 LG의 ‘애간장 야구’를 보다 보면 시선은 하늘로 향하고 한숨이 절로 나오거든요. LG팬들의 실낱같은 희망은 9회말 투아웃부터 시작되는 거예요.

그럼 개인적인 2011년 희망 뉴스를 말씀드릴게요. 올해 지나치게 길었던 전지훈련이 선수들에게 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면서도, 여러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대한 기사들을 접할 때면 또 어쩔 수 없이 기대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간혹 들려오는 선수들 소식을 듣는 게 즐거운 건 그만큼 2011년이 기다려지기 때문이겠죠?

꿋꿋하게 안방을 지켜 주실 우리 안방마님과 새로 들어오는 우리 막내 (임)찬규까지, 우리 선수들 모두모두 다치지 말고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2011년 가을에는 잠실구장에 LG의 응원가가 울려 퍼질 수 있게 모두모두 파이팅!정리|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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