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밀입국 한국소년, 쇼트트랙 왕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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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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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500m 우승 사이먼 조… 가난-부상 딛고 美영웅 우뚝

15년 전만 하더라도 불법 체류자였다. 하지만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미국 국가대표가 됐다. 스포츠 선수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올림픽에 나가 메달도 땄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됐다. 한국계 미국 쇼트트랙 선수 사이먼 조(20·한국명 조성문·사진) 얘기다.

조성문은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500m에서 42초157로 결승선을 통과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시즌 미국 남자 대표팀이 수확한 두 번째 금메달. 그의 금메달에는 불법 체류자 신분에서 최고의 자리에 서기까지 긴 스토리가 있었다.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먼저 미국에 가 있던 아버지와 함께 살고자 15년 전 어머니와 함께 캐나다를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했다. 불법 체류자로 지내던 그는 11세가 되어서야 정식으로 미국 시민권을 얻을 수 있었다. 한때 수도와 전기까지 끊길 정도로 어려운 생활에 시달렸다. 하지만 돈이 없어도 부모님은 그의 꿈을 이루는 데는 아낌없이 투자했다. 부모의 헌신적인 지원 덕에 스케이트 선수의 꿈을 키워나간 조성문은 2007∼2008시즌 때 15세의 나이로 대표선수에 뽑혔다. 미국 쇼트트랙 대표팀 사상 최연소였다.

주니어 시절부터 미국 내 최강자로 군림해 왔던 만큼 곧바로 에이스로서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2008∼2009시즌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며 위기를 맞았다. 대표 선수 자격을 잃으며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의 지원금도 끊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의 사업까지 기울어 잠시 스케이트를 그만두기도 했다.

그는 미국의 쇼트트랙 스타 아폴로 안톤 오노와 장권옥 코치 등 한국인 지도자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섰다. 2009∼2010시즌 미국 국가대표로 복귀했다. 지난해 밴쿠버 겨울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0m 계주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화려한 복귀식을 치렀다. 이어 올 시즌에는 월드컵 1차 대회 500m와 15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과 동메달만 5개를 따낸 끝에 그는 이날 마침내 500m에서 정상에 섰다. 그는 스포츠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가 이민자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며 사회운동에도 힘을 쏟고 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미국 사회에서 성공적인 롤 모델로 그가 자리 잡길 기대한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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