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박지성은 선수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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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3일 11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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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기자회견 도중 눈가를 매만지고 있는 박지성.
은퇴 기자회견 도중 눈가를 매만지고 있는 박지성.
영원히 지칠 것 같지 않았던 '산소 탱크' 박지성(30·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가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벗기로 한 결정적 이유는 무엇일까.

박지성은 지난달 3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영국을 오가는 데 따른 체력적인 부담을 은퇴 이유로 꼽았다.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 씨는 "은퇴를 결정한 것은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킨 무릎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과 네덜란드를 거쳐 잉글랜드 프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은 국가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너무 많이 달렸다.

2000년 4월5일 아시안컵 라오스전에서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데뷔전을 치렀던 그는 지난달 아시안컵 4강전 일본과의 경기에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 가입했다.

그는 A매치에서만 8060분 동안 출전해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거리인 895㎞를 뛰었다. 그동안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골을 터뜨리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렇게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A매치와 유럽 프로무대에서 쉴 새 없이 뛰다 보니 무릎에 이상이 왔다.

2003년 오른쪽 무릎 반월형 연골판 제거수술을 받았던 박지성은 2007년에는 오른쪽 무릎 연골 재생 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런 상황이니 천하의 박지성이라도 해도 견딜 수가 없었던 것.

사실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하면 잃는 게 많다.

소속팀과 재계약하거나 다른 클럽으로 이적할 때 국가대표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력보다 낮게 평가돼 연봉 협상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월드컵 등 큰 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할 경우 해당 클럽은 선수 차출에 따른 보상금을 얻을 수 있는데 국가대표가 적으면 그만큼 클럽이 얻는 가욋돈도 줄어든다.

이렇게 평가절하를 감수하면서도 은퇴를 할 수밖에 없었던 박지성.

이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총력전을 선언하고 나선 그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앞으로 최소한 5년 이상은 더 선수 생활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박지성.
앞으로 최소한 5년 이상은 더 선수 생활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박지성.
박지성은 11일 팀 훈련 도중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을 다쳐 잘못하면 앞으로 4주간 정도 뛰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시안컵에서도 오른쪽 다리 쪽이 좋지 않았는데 결국 피로가 누적된 결과인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박지성이 부상을 딛고 일어나 앞으로 최소한 5년은 더 맨체스터의 '대형엔진'으로 활약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그 이유는 박지성이 강인한 체력 뿐 아니라 기술을 겸비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체력을 앞세워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은 나이가 들면 경기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기술은 뛰어나지만 체력이 딸리는 선수들은 몇 년간은 반짝 했다가 큰 무대에서 제 활약을 하지 못하고 경기장에서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박지성은 앞으로 체력이 약간 저하되더라도, 뛰어난 테크닉과 경기 경험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최소한 5년 이상 제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평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다고 밝혔던 박지성은 내년 재계약을 통해 최소한 2015년까지 맨체스터 유니폼을 입을 게 틀림없다.

그나저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축구대표팀이다. 박지성의 뒤를 이를 후계자로 이런 저런 선수가 꼽히고 있으나, 박지성 처럼 최고 수준의 체력과 기술을 겸비한 선수는 그야말로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하기 때문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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