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LG 이병규의 후배들 향해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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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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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김현수 같은 훈련광 LG엔 없어
자기수준 모르는 후배들 안타깝다

15일까지 계속된 LG의 자율 훈련에서 이병규(37·등번호 9번·사진)는 가장 먼저 잠실구장에 나와 가장 늦게 집에 돌아갔다. 팀 최고참 선수로서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하루 전인 이날 오후 4시 잠실구장에서 이병규를 만났다. 실내연습장에서 ‘딱, 딱’ 하는 타구음이 들려 왔다. 이병규는 “한 명만 남아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이게 LG의 현실이다. 너무 안타깝다”며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분위기가 만연한 LG에서 이 같은 발언 역시 이례적이다.

―엑스트라 훈련을 하는 선수가 적은 것 같다.

“자율 훈련이 시작될 즈음 후배들을 모아놓고 ‘열심히 해보자. 부족하다고 느끼면 알아서 남아 훈련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겨우 1명만 남았다. 실력이 모자라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시키는 것도 한두 번이다. 이해가 안 간다.”

―지난 시즌 후 LG는 가장 많은 훈련을 소화했는데….

“정해진 훈련은 열심히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것이다. 두산 김현수는 그렇게 잘 쳐도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팀 훈련이 끝난 뒤 혼자 남아 방망이를 휘두른다. 우리 팀에 현수보다 잘 치는 사람이 있나. 30분을 해도 스스로 해야 실력이 는다.”

―본인도 ‘게으르다’는 말을 들었는데….

“어렸을 때 경기 후 방이나 주차장에서 스윙을 많이 했다. 스윙 폼을 잃어버렸을 땐 벌거벗고 전신 거울을 보면서 스윙한 적도 있다. 그런 노력이 없었다면 내가 이 나이까지 야구를 할 수 있었겠나.”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는 프로다. 현실에 안주할 거면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 후배들은 잘할 수 있다. 먼저 자신의 수준을 깨닫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지난해 성적이 안 좋았을 때도 100만 명의 관중이 찾았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잘하는 팀들을 따라잡으려면 두세 배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 전력으로 9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하다고 보나.

“무조건 4강에 들어야 한다. 선수들에게 LG는 정말 행복한 팀이다. 성적이 좋으면 더 행복한 팀이다. 선수 자신이 준비가 돼야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좋은 성적을 내면 야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 맛을 알아야 하는데 후배들이 그걸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캠프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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