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LA다저스 싱글A’ 타격코치 김재현 “야구 마침표?…열정으로 지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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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9일 07시 00분


은퇴후 선수들에 대한 애정 여전
“후회 없는 길 걷길” 아내의 믿음
야구계 떠나겠다던 다짐 무너져
지도자 포부? “김재현다워야죠”

2010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후배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는 김재현. 스포츠동아DB
2010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후배들의 헹가래를 받고 있는 김재현. 스포츠동아DB
한번 결정을 내리면 끝장을 보려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일수록 결정을 내리기까지 ‘돌다리도 두들겨보는’ 성향이 강하다.

김재현(전 SK)은 지도자로서 야구인생의 새 출발을 결심하기까지 장고에 장고를 거듭했다. 솔직히 말하면 자기도 이럴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2009년 은퇴를 공약하고 마음속으로는 그대로 야구를 떠날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은퇴를 선언하니 주변을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짐을 느꼈다. 자기도 모르게 선수의 시선에다 코치의 시선까지 겹눈을 지니게 됐다.

소원대로 동료들과 2010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대구에서 확정지었을 때, 가슴 한편에 어떤 열정 같은 것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선수들과 헤어지는 것이 싫었고, 야구를 향한 애정이 남아있음을 깨달았다. 김재현이 늘 믿고 의지하는 아내는 “후회를 안 느끼는 길을 선택하라”고 말해줬다.

해를 넘겨 18일 김재현은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싱글A(아일랜드 엠파이어·유타주 소재)에서 코치 연수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명문 의식이 강한 다저스는 다른 나라(특히 아시아권) 출신에게 야구연수 문호를 호락호락 개방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한 관계자는 “뉴욕 양키스보다 더 문턱 높은 곳이 다저스”라는 말도 한다.

그러나 김재현은 기왕 시작하는 지도자수업을 가급적이면 메이저리그의 명문구단에서 출발하고 싶은 열망이 강했다. 명문이 명문이 될 수 있었던 시스템과 선수육성방법을 피부로 체감하고, 눈으로 목격하고 싶었다.

인연을 살려 SK 구단에서도 지원을 해줬고, 무엇보다 고등학교 때 청소년대표팀 코치로서 은사였던 안병환 씨가 다저스로 가는 인맥을 뚫어주었다. 싱글A의 정식 타격코치로서 출발한다. 3월 1일 다저스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참가를 시작으로 이 기간 메이저리거와 마이너리거들을 두루 살펴볼 예정이다. 그리고 4월 1일 코치들이 각 레벨로 배정되면 김재현은 싱글A로 간다.

캠프 개시에 맞춰 2월말 출국 예정인 김재현은 일단 가족도 한국에 두고 출발한다. 연수기간은 1년이지만 더 길어질 수도 있다. 끝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배울 것을 다 배우고 스스로 ‘됐다’고 판단해야 한국에서 지도자로서의 부름에 응할 각오다. 기회가 닿는다면 일본야구까지도 거치고 싶다. 완벽주의자다.

그러나 선수와 지도자가 전혀 다른 길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라고 현실을 진단했다. 비었다는 것은 흡수할 것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미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선수들을 가르치려면 커뮤니케이션이 걱정일 듯도 싶지만 “어차피 거의 야구용어고, 부딪쳐보는 거다”라고 말했다.

김재현은 어떤 지도자를 꿈꾸고 있을까? “나다운 지도자”라고 말했다. 아직은 실체가 잡히지 않지만 현역시절 모셨던 여러 감독들에게서 경험한 것들, 그리고 해외에서 체험할 것들을 종합하면 ‘김재현 스타일’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다가올 미래를 두고서 김재현은 “배움 속에서 나 자신을 만드는 시간”이라고 정의했다. 단지 야구기술, 전술을 위한 지식을 넘어 선수들의 자발성을 끌어낼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겠다는 뜻이었다.

“야구선수로서 후회는 없었다”는 ‘캐넌히터’가 제2의 출발선에 섰다. 모든 것이 아직 생소하지만 ‘치열하게 임한다’는 정신 만큼은 불변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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