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여기는 도하] 블래터-후세인 vs 함맘-정몽준 FIFA 부회장 ‘힘 대결’에서 졌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1월 8일 07시 00분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의 5선 실패는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승리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모하메드 빈 함맘 회장은 정 부회장을 적극 지지했으나 블래터의 입김을 막는데 실패했다.

최근 외신이 전한 국제 축구 영향력 1, 2위는 블래터와 함맘이었다.

둘은 정 부회장을 놓고 다른 선택을 했지만 블래터가 이겼다. 도하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AFC 총회가 끝난 뒤 블래터는 숙소로 돌아가는 차량에 오르기 전, 당시 현장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기자를 만나 2분 동안 일장 연설을 늘어놨다. 핵심 코멘트는 이랬다. “아주 민주적인 선거였고, 아주 민주적인 과정으로 아주 민주적인 결과가 나왔다.” 블래터 회장의 입에선 쉼 없이 ‘Democratic(민주적)’이란 단어가 나왔다.

그러나 알만한 이들은 잘 안다. 전혀 ‘민주적’이지 않았다.

블래터는 대단히 노골적으로 정 부회장을 겨냥해왔다. 외신들이 정 부회장의 경선 실패를 다루며 “블래터가 닥터(Dr.) 정을 밀어냈다”는 보도를 쏟아낸 것도 그래서이다.

정 부회장의 대항마로 내보낸 요르단의 알리 빈 알 후세인 왕자는 블래터의 암묵적 지원을 받아왔다. 여기에 알리 왕자의 형 2명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쿠웨이트 출신 아흐메드 알파하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장 역시 알리 왕자를 전폭 지지해왔다.

바로 여기서 함맘의 선택이 갈렸다. 올림픽 기구가 아시아 축구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든다는 사실에 함맘의 불쾌감은 극에 달했다.

더욱이 요르단은 함맘에게 일종의 배신자였다. 2009년 함맘이 나선 FIFA 집행위원 선거 때 요르단은 함맘 대신, 바레인의 셰이크 회장을 지지했다.

정 부회장도 바레인을 밀었으나 요르단은 ‘믿는 도끼’였던 터라 함맘의 충격이 더했다는 후문이다. 정 부회장은 함맘이 지지했던 인사들 중 유일한 탈락자였다.

도하(카타르)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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