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물러난 SUN…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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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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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5번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2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프로야구 삼성 선동열 감독(47·사진)이 30일 전격 경질됐다. 삼성 구단은 “선 감독이 용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류중일 1군 작전코치(47)를 제1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은 또 “선 감독이 팀의 새로운 변화와 쇄신을 위해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문점이 한둘이 아니다. 2010년부터 5년간 27억 원에 재계약한 선 감독은 계약 기간이 4년이나 남아 있다. 더구나 올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도 이뤘다. 선 감독은 불과 하루 전까지 내년 시즌 구상에 한창이었다. 그러다 이날 오전 김인 사장으로부터 갑자기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다. 구단 발표처럼 ‘용퇴’가 아니라 사실상 ‘해고’인 셈이다. 구단 측이 “잔여 연봉 15억2000만 원은 그대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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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S 4연패 뒤 그룹 최고위층 대로

2005년 선 감독의 부임 후 삼성은 2009년을 제외하곤 매년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2005년과 2006년은 한국시리즈 우승도 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그룹 내부에서는 “들이는 돈에 비해 팀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얘기가 돌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우리보다 돈을 적게 쓰는 구단에 비해서도 인기가 없는 데다 몇 년간 우승까지 하지 못하자 내부적으로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결정타가 된 것은 SK와의 한국시리즈였다. SK에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4연패를 당한 뒤 그룹 최고위층이 대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 사장이 15일 취임식 때 “근성 있는 플레이로 최선을 다해 질 때도 박수를 받아야 한다”며 선수들의 투지 부족을 지적한 것도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선 감독의 ‘지키는 야구’가 대구 경북지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는 견해도 있다. 성적은 좋았을지 몰라도 호쾌한 공격 야구를 바라는 골수팬들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 라인이 달랐다

그동안 선 감독을 든든히 지켜준 울타리는 김응용 전 사장과 김재하 전 단장이었다. 이들의 위에는 이학수 고문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그룹 인사에서 이 고문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 이어 김 전 사장과 김 전 단장도 차례로 옷을 벗었다. 이들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지난해 시즌 중반 선 감독에게 5년 계약을 제시하며 힘을 실어준 인물들이다.

이달 초 인사에서 삼성SDS에서 삼성 라이온즈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인 사장과 송삼봉 단장 체제에서 선 감독이 설 자리는 극히 좁아졌다. 이 때문에 선 감독의 퇴진은 김 전 사장 사퇴 이후 정해진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구단은 선 감독이 구단 운영위원이라는 새로운 보직을 맡아 구단 쇄신 작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선 감독은 1년 정도 쉰 뒤 다른 구단의 러브콜을 받을 게 확실하다. 선 감독은 “당분간 재충전 기회로 삼고 쉬겠다”고 말했다.

선 감독과 류중일 신임 감독의 이·취임식은 내년 1월 5일 경산볼파크에서 열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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