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어시스트]서장훈, 진정한 전설이 되려면…

  • 동아일보

최근 며칠 사이에 강동희 동부 감독과 박광호 한국농구연맹 심판위원장으로부터 전자랜드 서장훈에 대한 비슷한 얘기를 연이어 들었다. 10일 동부와 전자랜드의 경기에서 목격했다는 일이었다. 당시 전자랜드가 동부에 30점차로 크게 뒤진 3쿼터 종료 29.2초 전. 전자랜드 아말 맥카스킬이 던진 점프슛이 림에 맞고 튕겨 나오자 골밑 혼전 상황에서 서장훈의 손끝에 맞고 볼이 골망으로 들어갔다. 서장훈은 ‘내가 넣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듯 손가락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기록석을 향해 달려 나갔다. 강 감독과 박 위원장은 “팀이 크게 뒤졌는데도 개인 기록만큼은 꼼꼼히 챙기려는 행동으로 보였다. 그럴 분위기는 아니었다. 다른 동료들이 어찌 보겠는가”라고 꼬집었다. 4쿼터 들어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하며 서장훈을 아예 빼버렸다.

1998년 프로에 데뷔해 13시즌째 코트를 지키고 있는 서장훈은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며 사상 첫 정규시즌 통산 1만2000점에 6점만을 남겼다. 통산 579경기에서 평균 20.7득점을 넣었다. 오랜 세월 속에 쉼 없이 흘린 땀의 결정체가 아닐 수 없다. 득점 하나하나가 소중하기에 그가 세울 이정표는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어느덧 새해면 37세. 또래들이 대부분 코트를 떠난 데다 어떤 포지션보다 몸싸움이 심하고 외국인 선수와 맞서야 하는 센터이기에 그의 존재는 더욱 빛이 난다.

하지만 서장훈은 이제 앞서 농구 선배들의 지적처럼 기록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 올 시즌 전자랜드는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긴 해도 어딘가 응집력과 파괴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서장훈의 올시즌 평균 득점(16.6점) 중 4쿼터는 2.8점으로 떨어졌다. 서장훈의 기본 기록을 채워주기 위해 출전시간을 보장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서장훈은 어느새 은퇴를 떠올려야 하기에 우승 반지의 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팀 승리를 위해 자신을 버릴 때 서장훈이 남긴 득점의 무게감은 많고 적고를 떠나 더욱 커지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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