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기자의 그런거 野]‘오릭스 이승엽’ 그는 아직 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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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34)은 삼성 시절인 2003년 56개의 홈런을 쳐 아시아 최고 기록을 달성한 뒤 12월 11일 일본 롯데 입단을 발표했다. 이왕이면 명문 요미우리가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이 있었지만 그는 “요미우리보다 출장 기회가 많은 팀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롯데에서 2년을 뛴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의 70번째 4번 타자로 화려하게 도쿄돔에 입성했고, 최고의 시즌을 보낸 뒤 4년간 총액 30억 엔의 매머드 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영광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2007년부터 부상에 시달리며 하향세로 돌아섰다. 올해는 교체 선수로 56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국내 복귀설도 있었지만 이승엽은 일본에 남기로 했다. 2004시즌이 끝난 뒤 오릭스 블루웨이브와 긴테쓰 버펄로스가 합병해 탄생한 오릭스 버펄로스가 새 둥지다. 2007, 2009년 퍼시픽리그 최하위였고 올해도 5위에 그친 약체다. 성적도 그렇지만 요미우리와는 인기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긴 격이다.

전설의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의 선수 생활 마지막 해는 전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1935년 뉴욕 양키스에서 퇴출돼 보스턴 브레이브스로 이적했지만 만년 꼴찌 팀에서 명예를 회복하기에 40세 나이는 너무 많았다. 루스는 그해 5월 25일 피츠버그와의 경기에서 4타수 4안타 3홈런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웠고 닷새 후 필라델피아전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7년 전 이맘때 이승엽은 펑펑 울었다. 삼성에 남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고 메이저리그가 아닌 일본행을 택하며 마음고생이 심했다. 당시 이승엽은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한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다 내 책임”이라는 말을 남겼다.

루스의 마지막 그라운드는 초라했다. 이승엽은 다르다. 아직 젊다. 일본에서 벤치를 지키다 돌아오기에는 ‘국민 타자’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법하다. 오릭스는 이승엽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부활 가능성은 충분하다. 7년 전 눈물을 흘리며 “일본에서 웃는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던 그의 다짐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승건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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