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단체전도 석권…바둑 ‘한국 천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7일 03시 00분


남녀 모두 中 콧대 꺾어 첫 정식종목 金3 싹쓸이

“세 종목 모두 금메달을 따도 될지 모르겠네요.”

바둑 대표팀 양재호 총감독은 걱정 아닌 걱정을 했다. 아시아경기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바둑에서 한국이 독주하면 중국과 일본이 향후 종목을 유지하는 데 미지근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양 감독은 “종목 유지는 나중 문제다. 한국 바둑의 자존심이 걸린 만큼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26일 광저우기원에서 열린 바둑 남녀 단체전에서 나란히 우승해 혼성복식에 이어 바둑에 걸린 3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혼성복식 우승 조인 박정환과 이슬아는 2관왕에 오르며 연금 포인트 20점을 얻어 매달 30만 원씩 받게 됐다.

남자 단체전에는 이창호 강동윤 이세돌 박정환 최철한 5명이 출전했다. 23일 중국과의 예선에서는 최철한 대신 조한승이 나왔다. 한국은 당시 국내 랭킹 1위 이세돌만 중국 1위 쿵제에게 졌을 뿐 4-1로 완승을 거뒀다.

중국은 결승전에서도 선수를 바꾸지 않았지만 결과는 예선과 똑같았다. 이세돌이 쿵제에게 다시 졌을 뿐 이번에도 4승 1패로 한국의 완승이었다. 한국바둑의 대들보 이창호가 중국의 간판스타 구리를 197수 만에 꺾고 가장 먼저 승전보를 전했고 강동윤은 류싱을, 최철한은 저우뤼양을 누르면서 금메달을 확정했다. 박정환은 혼성복식 결승에서 이겼던 셰허와의 재대결에서 다시 승리하며 대미를 장식했다.

남자에 비해 열세가 예상됐던 여자 단체전 승부는 극적이었다. 김윤영이 쑹룽후이에게 승리했지만 에이스 조혜연이 탕이에게 져 1승 1패가 됐다. 그러나 중국 최강자인 루이나이웨이와 대결한 맏언니 이민진이 초반 열세를 뒤집고 승리하면서 금메달 싹쓸이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고 난 뒤 대국장 밖에서 창문을 통해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조혜연은 눈물을 터뜨렸고 이민진도 기쁨에 겨워 울기 시작하면서 이슬아와 김윤영까지 가세해 대국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양 감독은 “지난해부터 여자 상비군을 운영한 게 큰 도움이 됐다. 하루 12시간씩 강훈련을 시키니 코피를 흘리는 선수도 있었다. 죽도록 노력한 덕분에 기량이 놀라울 만큼 늘어 금메달을 땄으니 정말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광저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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