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아시아경기]6cm 더 날았다…김덕현, 멀리뛰기 金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女정순옥 이어 육상 2번째 금

소년은 어릴 때부터 발 앞쪽을 들고 걸었다. 성인인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부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이런 걸음걸이는 발목 힘을 키우는 데엔 그만이었다. 도약 본능은 어릴 적부터 몸에 잠재돼 있었다.

중학교 때 그는 육상선수가 됐다. 단거리와 중장거리를 가리지 않았다. 하지만 기록은 평범했다. 중학교 2학년 겨울 그는 기록을 향상하기 위해 산을 뛰고 또 뛰었다. 효과는 엉뚱한 곳에서 나타났다. 멀리뛰기 능력이 몰라보게 향상된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때 그는 멀리뛰기에 입문했다. 그는 “남들보다 높게 떠서 날아가는 데 맛이 들렸다”고 했다. 재능을 알아본 코치는 2학년이 되었을 때 세단뛰기를 권했다. 4월 열린 첫 전국대회인 춘계중고연맹전. 밸런스를 제대로 잡지 못한 그는 6차례 시도 중 5번 실격했다. 그러나 딱 한 번의 성공 기록(15.06m)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세단뛰기는 그의 전공이 됐다. 그는 세단뛰기 한국기록(17.10m) 보유자인 김덕현(25·광주시청)이다.

세단뛰기로 그는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에서는 16.71m를 뛰어 톱10(9위)에 들었다.

세단뛰기의 간판인 그는 멀리뛰기에서도 놀라운 성과를 냈다. 2008년 여수 전국체전에서는 8.13m를 뛰어 1987년 김원진(한국체대)이 세운 한국기록(8.03m)을 10cm나 경신해 육상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는 8.20m로 자신의 기록을 새로 썼다.

이번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도 그는 멀리뛰기로 일을 냈다. 24일 광저우 아오티 주경기장에서 열린 멀리뛰기 결선에서 8.11m를 뛰어 쑤슝펑(중국·8.05m)을 6cm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날 여자 멀리뛰기에서 금메달을 딴 정순옥(27·안동시청)에 이어 한국 육상은 겹경사를 맞았다.

이기든 지든 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김덕현이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았고 태극기를 몸에 두른 채 경기장을 뛰었다. 2000년 도약 종목으로 전향한 뒤 10년 만에 이룬 아시아경기 금메달이었다. 그는 26일 열리는 세단뛰기에서 2관왕에 도전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