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 기자의 여기는 광저우] ‘박태환&정다래’ 수영 금남매, 광저우 이후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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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2일 07시 00분


“목표? 일단 좀 쉽시다”…박·정 이구동성

박태환(왼쪽) 정다래(오른쪽). 스포츠동아DB.
박태환(왼쪽) 정다래(오른쪽). 스포츠동아DB.
한국이 예상을 뛰어넘는 메달 수확을 하고 있는 실체와 같은 존재가 수영의 박태환(21)과 정다래(19)다. 박태환은 목표했던 수영 100m· 200m·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내 3관왕에 올랐다. 딸 종목에서 금을 캐냈다. 그리고 정다래는 여자 평영 200m에서 이변의 금메달을 따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찍한 반란’이었다. 예상했든 이변이든 금메달을 따기까지 흘린 땀과 눈물은 매한가지다. 필생의 목표를 이뤄낸 대한민국 수영의 남녀 간판이 20일 그동안 가슴 속에 담아뒀던 소회와 미래를 향한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더 ‘커진’ 박태환


박태환에게는 의도한 대로 시험을 잘 치러낸 자의 여유로움과 허탈감이 교차했다. 향후 목표에 관해선 일관되게‘쉬고 나서’라고 답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아직 4년이 남았다. 그에 대한 계획은 없다. 나의 (광저우)아시안게임이 어제(19일)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의 계획은 휴식을 취한 다음에 생각하겠다. 지금으로서는 휴식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몸도 풀어졌지만 언변에서도 농담을 적잖이 섞어 구사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정다래의 ‘엉뚱 화법’과 더불어 회견장 분위기를 풀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성적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만족을 안 하면 참 굉장히 웃기겠죠?”

(아시안게임까지 어떤 각오로 준비했느냐는 질문에) “세계선수권 끝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레이스 직전 듣는 음악을 묻는 질문에) “대시해서 (나를) 넘어가게 해주시면 가르쳐 줄 수 있어요.”

이제 시련의 시간을 웃으면서 추억처럼 돌이킬 수 있는, 주변을 챙길 줄 아는 경지에 비로소 접어든 셈이다.

박태환은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때보다 더 커져 있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좋은 경험(실격)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꼭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진 않는다. 고된 아픔과 실수를 맛봐야 성장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다.”

“누구라도 실패를 맛보면 싫어지고 포기할 수 있다. 나로서도 그런 시련이 있었고, 집에 있으면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아픔을 달래준 사람이 부모님이고 누나가 많이 다독여줬다. 나를 위해 고생해주신 분들 덕에 잘한 것 같다. 그 분들한테 영광을 돌리고 싶다.”

박태환“주종목 200·400m 세계신 도전
1500·100m 병행여부는 휴식후에 결정
볼코치님 꼭 필요…재계약 되면 좋겠다 ”


○아시아의 박태환, 세계의 펠프스에 도전장


이제 한국민 아니 전 세계 수영팬들의 관심은 ‘광저우 이후 박태환의 생각’이다. 100m부터 1500m까지 다 뛰는 박태환이 어디에 집중할 것이며, 언제까지 도전할 것이냐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결국 세계에서 자웅을 겨뤄야 하기에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의 장벽을 넘을 각오가 서 있는지도 궁금했다.

“100m, 200m, 400m는 좋은 기록과 더불어 금메달 걸어서 기분 좋았다. 1500m는 최고기록에 못 미쳐서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제 계획은 휴식을 취한 다음에 결정할 예정이다. 1500m에서는 기록적으로나 신체적으로도 떨어지는 것이 있기 때문에 많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200m, 400m는 더 스피드를 길러 연습하다보면 세계기록이나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100m 계획은 휴식을 좀 취하고 결정하겠다. 100m 세계 1위에서 47초9라는 기록이 나왔고 100m에서 1초라는 기록은 굉장히 큰 차이다. 아직 100m에서는 세계무대와 멀다. 마이클 펠프스 선수와는 내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그 선수와 경쟁한다는 자체가 영광이고 감사하다. 경쟁보다 그 선수를 통해 내가 얼마나 성장하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이긴다면 좋겠지만, 그 만큼의 노력과 그 만큼의 훈련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이클 볼 코치와 함께 가고 싶다


박태환의 재기를 곁에서 도운 호주 출신의 볼 코치와의 관계에 대해 박태환은 강력한 재신임 희망을 나타냈다. 지상과제인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꼭 필요한 존재란 메시지가 담겨있다.

“계약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부분이 없다. 다만 개인적 생각을 말하면 내가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이 굉장히 많지만 볼이 있었기 때문에 제가 다시 주목을 받게 되고, 좋은 기록과 좋은 색깔의 메달이 나온 것 같다. 계속 수영하는데 있어 필요한 분이기 때문에 아마 (재계약)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차원 소녀’ 정다래, “이제 좀 쉽시다”

정다래“평영외 자유형 장거리 하고싶어”

박태환의 진지하고 일견 숙연한 ‘성장 인터뷰’와 달리, 광저우의 마스코트로 떠오른 정다래는 엉뚱한 답변을 태연하게 남발(?)하고 발언마다 회견장에 폭소를 몰고 와 ‘캐릭터’를 새삼 확고히 했다.

“태환오빠가 말한 것처럼 저도 잠만 잤고요. 어제(19일) 이기흥 회장님과 관계자들이랑 맛있게 밥 먹었고요. 남은 선수들과 응원 다닐 거고요.”(대회를 마친 뒤)

“알아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요. ‘사인해달라’고 그러시던데 아직 서툴러가지고. 저는 평영밖에 내세울 게 없어서 자유형 장거리 쪽 해보고 싶어요. 끝입니다.”(신변 변화여부를 묻자)

“목표가 금메달이었거든요. 아직 아시안게임도 다 끝난 게 아니어서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좀 쉬고, 쉽시다.”(향후 목표에 대해)광저우(중국) |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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