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호령 ‘자유형 3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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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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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장린-쑨양, 400m 올 최고기록 1∼3위… 오늘 또 격돌

#1 2008년 8월 중국 베이징 국립수영센터. 베이징 올림픽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마린 보이’ 박태환(21)이 섰다. 그 옆에 선 중국 선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눈물을 훔쳤다.
중국 수영의 간판 장린(23). 그는 “피 나는 훈련으로 반드시 박태환을 넘겠다”며 조용히 시상식장을 빠져나갔다.

#2 2009년 7월 이탈리아 로마. 1년 만에 희비가 엇갈렸다.
장린은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800m 우승, 400m 3위를 차지한 반면, 박태환은 출전한 3종목(200, 400, 1500m) 모두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장린이 환하게 웃을 때 박태환은 “이유를 모르겠다. 나도 답답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3 14일 중국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 박태환이 부활했다.
광저우 아시아경기 자유형 200m에서 올 시즌 세계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우며 정상에 섰다. 시상식에서 박태환 옆엔 또 중국 선수가 섰지만 장린은 아니었다. ‘무서운 10대’ 쑨양(19)이었다.
쑨양은 “난 아직 젊다.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자신만만 박태환 “지존은 나… 金 또 딴다”
■ 복수 다짐 장린… 무서운 승부욕 경계 1호
■ 겁 없는 10대 쑨양 “어리지만 반드시 승리”

○ 아시아 자존심 세운 3인방

수영에선 그동안 정설처럼 받아들여진 가설이 하나 있다. 신체조건에서 불리한 동양인은 자유형에서 절대 서양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이 가설은 보기 좋게 깨졌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세 명의 선수가 전 세계를 상대로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박태환과 장린, 그리고 쑨양. 라이벌 관계의 시작은 박태환과 장린이 열었다. 주니어 시절부터 주목받은 이들은 각종 대회에서 정상을 다퉜다. 아시아에선 적수가 없을 것 같던 이들의 대결에 쑨양이 본격적으로 가세한 건 지난해. 무서운 기세로 기록을 끌어올린 그는 올해 9월 중국 롱코스 선수권 자유형 1500m에서 시즌 세계 1위 기록으로 우승하며 박태환, 장린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 불붙은 자존심 싸움…승자는 누구

광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세 선수는 “상대가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자존심 싸움이 뜨겁다.

박태환은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 부진 직후 맹훈련을 시작하면서 “장린의 성장이 큰 자극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아시아경기에선 쑨양을 두고 “경쟁심이 무척 강하다. 무서운 선수”라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말수가 적고 표정에 변화가 없어 ‘포커페이스’로 불리는 장린의 승부욕은 더하다. 베이징 올림픽 직후 박태환 사진을 방에 붙여 놓고 연습했다. 같은 중국 선수지만 쑨양은 밝은 표정으로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10대. 하지만 박태환, 장린의 이름이 등장하면 표정이 달라진다. 그는 “둘 다 두렵지 않다. 내 수준과 비슷하다. 또래 선수 가운데 나보다 잘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일단 이번 아시아경기 첫 맞대결인 자유형 200m에선 박태환이 쑨양(2위)과 장린(4위)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압승을 거뒀다. 세 선수의 다음 대결은 16일 자유형 400m. 올 시즌 세계 1∼3위 기록(박태환 1위, 장린 2위, 쑨양 3위)을 휩쓴 세 선수의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한국 여자 수영의 간판 최혜라(오산시청)가 15일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여자 접영 200m에서 2분8초39로 동메달을 따냈다. 2006년 도하대회에서 이 종목 은메달을 따낸 최혜라는 아시아 정상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여자 자유형 400m 서연정(인천시청)은 한국기록(4분14초50)을 세우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준모-장상진-이현승-박태환이 나선 계영 800m에선 7분24초14로 중국 일본에 이어 동메달을 추가했다.

광저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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