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텃세만 넘으면 금메달 65개·종합2위 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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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9일 07시 00분


체육과학연구원 11인 좌담회
광저우AG 성적을 전망한다

5일 서울 공릉동 체육과학연구원(KISS)에서 열린 특별좌담회에서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전망하는 KISS 연구원들. 오른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성봉주 박사, 김정훈 박사, 송주호 박사, 김병현 박사, 최규정 박사, 고병구 박사, 문영진 박사, 김태완 박사, 
송홍선 박사.
5일 서울 공릉동 체육과학연구원(KISS)에서 열린 특별좌담회에서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전망하는 KISS 연구원들. 오른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성봉주 박사, 김정훈 박사, 송주호 박사, 김병현 박사, 최규정 박사, 고병구 박사, 문영진 박사, 김태완 박사, 송홍선 박사.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개막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대 스포츠에서 메달 경쟁은 첨단 과학의 전쟁이기도 하다. 엘리트 체육의 강국들은 대부분 스포츠과학 지원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 역시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체육과학연구원(KISS)이 국가대표 지도자와 선수들에게 체계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KISS의 우수성은 이미 2008베이징하계올림픽과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등에서 증명된 바 있다. 5일, KISS 연구원들이 특별좌담회를 통해 이번 아시안게임 전망을 밝혔다.

1, 각 종목별 성적 예상

골프·사이클·체조 등 최소 금 2개 딸 것
육상은 세단뛰기 김덕현·마라톤에 기대

● 각 종목별 아시안게임 전망


사회: 각 담당 종목별 아시안게임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최규정 실장: 레슬링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이 좌절되면서 침체 우려가 있었다. 광저우아시안게임의 경기성적은 2년 후 런던올림픽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 크다. 현재 대한레슬링협회에서는 4∼6개의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그레코로만형이 강세다. 자유형은 구소련에서 독립한 나라들이 강세라서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김광준 박사: 우선 골프는 4년 전 도하아시안게임 때처럼 개인 단체 모두 휩쓸 가능성이 크다. 복싱은 중국에서 하는 점이 걸린다. 제 3국에서 하면 2∼3개 금메달이 가능하다고 본다. 복싱은 특히 심판들의 손에 의해 승부가 좌우되고 있다. 현재 중국이 10체급에서 10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게 대단히 힘들다. 현재 한국은 2∼3 체급에서 강세고, 1∼2개의 금메달을 바라본다. 예선전에서 중국선수들만 안 만난다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봉주 박사: 육상은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을 앞두고 기대 반 우려 반이다. 4년 전 도하아시안게임 때는 남자창던지기에서 박재명이 딴 것이 유일한 금메달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남자세단뛰기 김덕현이 컨디션을 잘 조율한다면 금메달 가능성이 있다. 여자멀리뛰기의 정순옥도 좋은 성적이 예상된다. 남자100m에서는 김국영이 10초23으로 한국기록을 세운 다음 전국체전에서 기록이 안 좋아서 염려하고 있지만, 전지훈련을 통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마라톤에서는 단체전이 생겨서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마라톤대표팀의 집단체제 합숙 훈련이 얼마나 효과가 볼지도 관심사다.

배드민턴에서는 중국과의 대결이다. 대진표가 나왔는데 4강 8강에서 많이 맞붙게 돼 걱정이다. 중국에 대한 전술 분석을 하며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이용대와 정재성이 나서는 남자복식에 기대를 건다. 단체전에서도 메달 가능성이 있다. 여자 단식 성지현 등도 최근 부쩍 실력이 좋아졌다.

김정훈 박사: 사이클에서는 총 18개 금메달 중 5개가 목표다. 최소한 남자중장거리에서 3개는 확보했다고 본다. 나머지 종목에서는 은·동메달 커트라인에 많이 걸려있다. 우리가 단거리는 좀 약하다. 여자는 그간 우수선수 3∼4명 정도가 스위스 전지훈련을 장기간 했고, 메달 획득이 가능한 선수들은 미리 호주 전지훈련을 갔다.

송홍선 박사: 수영에서는 박태환이 금메달에 근접했다. 자유형 100,200,400,1500m까지도 도전할 만하다. 박태환은 아시아권에서는 200m, 세계무대에서는 400m가 가장 금메달 회득이 유력하다. 이번 대회에서도 200·400m에서 가능성이 높다. 1500m도 마지막 힘을 발휘하면 순위권 안에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100m는 금·은의 기로다.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종목은 200m다. 400m에서는 장린보다 쑨양(이상 중국)이 더 위협적이다. 신장 2m에서 나오는 폭발력이 대단하다. 폐활량은 8월 미국 팬팩대회 이후 측정했는데 200∼300cc 정도 상승했다. 이제 7000cc에 가까운 수치일 것으로 본다. 지금은 조정기인데, 보통 조정기 때는 훈련량이 줄어서 체중이 0.5kg가량 늘어난다. 지방이 증가하면 부력이 증가하는 효과도 있다.

송주호 박사: 체조는 금메달 2개 정도를 바라본다. 남자는 마루종목 김수면에 기대가 크다. 스타트도 좋고, 종목 난도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착지만 잘 한다면 가능하다. 도마에서는 양학선이 유망하다. 아시안게임을 넘어 런던올림픽까지 바라볼 수 있는 선수다. 도마의 강국인 북한이 출전한다면, 북한과 금메달 경쟁을 할 것이다. 여자는 침체됐다가 조현숙이 세계선수권 20위권 안에 들면서 최근 페이스가 좋다. 착지에 따라서 메달 색깔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키는 남녀동반금메달이 목표다. 남자는 인도의 전력이 만만치 않다. 다행히 예선에서는 같은 조가 아니다. 4강 이후에서도 피할 수만 있다면 금메달이 수월하다. 사실 금메달 가능성은 여자가 더 크다. 여자 역시 중국, 인도가 라이벌이다.

김병현 박사: 양궁은 2∼3개가 현실적이다. 양궁은 올림픽 때보다 더 어렵다. 올림픽에서는 개인전에서 3명이 나가서 3명이 모두 토너먼트를 하기 때문에 확률이 높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4명이 예선에 출전해 2명만 토너먼트에 나간다. 개인전에서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사격은 44개 금메달이 걸려있는데. 중국이 25개를 가져갈 것으로 본다. 우리는 5∼7개를 예상하고 있다. 진종오와 이대명이 출전하는 남자권총은 중국이나 일본이 워낙 강하다.

문영진 박사: 냉정하게 말해 금메달이 안나올 가능성도 있다. 장미란은 허리 상태가 안 좋다. 우리는 그간 인상이 안 좋았지만, 용상에서 따라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의 멍수핀이 용상에서 장미란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금메달 가능성은 50:50이다. 용상을 잘 하려면 현재 90%까지는 컨디션이 올라 와야 한다. 하지만 지금 장미란의 컨디션은 85% 전후다. 9월 세계선수권 때보다는 장미란의 허리상태가 좋아진 점과 장미란이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선수라는 점에 기대를 건다. 남자에서는 에이스 사재혁이 부상으로 아시안게임 출전이 좌절된 상황에서 94kg급 김민재의 페이스가 좋다. 문제는 김민재가 큰 대회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부담을 어떻게 이기느냐가 관건이다. 기록 만큼은 금메달 수준에 있다.

김영수 박사: 9월말 도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을 비추어보면 남자에서는 금메달 1개, 김재범 정도가 가장 확실하다. 왕기춘과 김주진도 기대할 만하다. 왕기춘은 이미 경쟁 상대들에게 많이 노출됐다. 한국선수들이 굳히기 기술이 약한데, 그 점에 대한 보완도 런던올림픽까지 가는 한국유도의 과제다. 여자는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일본이 8개 체급 중 5개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조정은 워낙 중국이 강하다. 현재 뉴질랜드에서 세계선수권이 열리고 있는데, 중국이 1진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내보낸다면 한국은 은메달 권이다.

김태완 박사: 12개 금메달이 걸린 펜싱에서 한국은 3∼4개를 예상하고 있다. 부상변수가 없는 한 여자플뢰레는 아시아 최강이다. 개인과 단체 2개의 금메달이 목표다. 남자 사브르의 오은석의 실력도 뛰어나다. 다만 심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사브르는 심판이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워낙 짧은 공간에서 단시간에 승부가 결정 나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시뮬레이션 형태로 비디오 판독을 본 뒤, 항의하는 훈련까지 마쳤다.

고병욱: 근대5종은 2009년 룰 개정이 우리에게는 유리하다. 육상,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중 바이애슬론처럼 사격과 육상을 묶었다. 바뀐 룰에 대한 대비를 잘 해 왔다. 라이벌은 중국이다. 남자는 중국과 해볼만 하다. 여자는 동메달이 목표다. 변수는 말(馬)이다. 일반 승마의 경우 자기 말을 가져가지만. 근대5종에서는 말을 현지에서 배정한다. 개최국이 유리할 수 있다.

2. 박태환·장미란 금메달 떼논 당상?

박태환 4관왕 노리지만 중국 도전 거세
장미란 허리 완쾌 안돼 우승 확률 50%

● 스포츠강국 중국은 체육과학도 강국


사회자: 말씀하신 것처럼 개최국 중국과의 경쟁과 홈 텃세 극복이 종합2위 수성의 열쇠가 될 것 같다. 중국의 체육과학수준은 어떤가?

김병현 박사: 중국은 지도자가 스포츠과학을 따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연구원의 지위가 지도자보다 위에 있는 체계다. 한국으로 치자면, 88올림픽 때 같다고 보면 된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집중 지원한다. 연구원들에게 성적에 대한 인센티브가 있을 정도다. 탁구를 예로 들면, 예전에 한국의 에이스인 유남규 김택수를 분석하는 연구원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3. 홈팀 중국 왜 무서운가?

중국 복싱 싹쓸이 노려…예선 대진 중요
배드민턴도 8강이후 중국과 대결에 달려

● 체조, ‘비디오 분석과 토론’ 시스템


사회자: 이번 대회 KISS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있나?

송주호 박사: 체조는 선수들의 훈련과정을 그 자리에서 직접 비디오로 찍어서 지도자와 선수, 연구원이 잘 안되는 동작에 대해 함께 토론했다. 어린 선수들의 경우는 자신의 동작을 말로 표현하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역시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 표현력도 좋다. 조현숙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자신의 보완점을 표현해보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큰 공부가 됐을 것이다.

4. KISS 지원 & 한국 순위는?

체조 훈련과정 비디오 촬영후 동작 토론
중국·일본 경쟁종목 많아 한국 2위 유리

● 한국 65개로 종합2위 수성할까


사회자: 한국의 종합 2위 수성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최규정 실장: 한국은 65개의 금메달이 목표다. 일본 쪽 체육과학연구자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그 쪽에서도 이번에 단단히 준비를 한 것 같다. 2위 싸움은 일본과 하지만 중국이 어떻게 아시안게임을 마감할 지도 큰 변수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과 중국의 경쟁종목보다는 일본과 중국의 경쟁종목이 더 많다. 그 점에서 한국이 종합 2위 싸움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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