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 장애 고준형씨 베이징 마스터스 4.2km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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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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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으로 세상과 소통… 첫 도전 성공”
장애인재활협 동료들과 가을비 속 ‘감동의 질주’

베이징 국제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부문 4.2km에 출전해 44분 만에 완주한 뒤 환하게 웃고 있는 뇌병변 1급 장애 고준형 씨.베이징=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베이징 국제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부문 4.2km에 출전해 44분 만에 완주한 뒤 환하게 웃고 있는 뇌병변 1급 장애 고준형 씨.베이징=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중심을 잡지 못해 다리가 후들거려도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굵은 가을비에 바람까지 거셌지만 끝내 결승선을 통과했다.

24일 열린 베이징 국제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부문 4.2km에 출전해 44분 만에 완주한 뇌병변 1급 장애 고준형 씨(29)에게 마라톤은 자신을 극복하는 도구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장이다. 선천적인 장애를 타고난 고 씨는 운동을 통해 새 삶을 찾았다. 3년 전 우연한 기회에 국토대장정을 다녀온 뒤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 내성적인 성격은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세상을 향한 새로운 도전도 시작했다. 6년 전 대구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장애인단체에서 일을 하던 그는 올해 대구사이버대 재활복지학과에 편입했다. 자신과 같이 장애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이번 베이징 마라톤은 첫 마라톤 도전이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회장 이상철)가 에쓰오일과 함께 베이징에서 ‘감동의 마라톤’을 벌인다는 소식을 들은 뒤 신청했고 공식 기록이 없어 9km를 1시간 45분에 달리는 테스트를 받고서야 비행기에 올랐다.

출발 전부터 쏟아진 비로 잘 정비되지 않은 도로는 물웅덩이로 가득했고 4만여 참가자들이 운집해 비장애인들도 달리기 힘겨운 레이스였다. 고 씨는 “힘들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이 더 크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마라톤을 하면 정신이 맑아지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항상 좋은 면을 보고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인재활협회는 이날 양팔이 없는 지체장애인 김황태 씨와 시각장애인 이철성 씨 등 13명의 장애인과 함께 빗속의 감동 질주를 벌여 관심을 끌었다.

베이징=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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