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투르드 DMZ-서울]세계적 프로들, 20세 장경구 뒤만 보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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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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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령 죽음의 산악코스… 초반부터 선두권 이끌어 첫날 개인 2위-산악왕 차지

양구전쟁기념관을 지나2010 투르 드 DMZ∼ 서울에 출전한 선수들이 22일 강원 양구군 양구전쟁기념관 앞을 지나고 있다. 양구군은 6·25전쟁때 치열한 격전을 치른곳으로 전시용 전차가 사이클 행렬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양구=홍진환기자 jean@donga.com
양구전쟁기념관을 지나
2010 투르 드 DMZ∼ 서울에 출전한 선수들이 22일 강원 양구군 양구전쟁기념관 앞을 지나고 있다. 양구군은 6·25전쟁때 치열한 격전을 치른곳으로 전시용 전차가 사이클 행렬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양구=홍진환기자 jean@donga.com
2010 투르 드 DMZ∼서울 국제사이클대회 첫날인 22일 첫 승부처였던 미시령(728m) 정상.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제치고 앳된 얼굴의 한국 선수가 가장 먼저 도달하자 관객과 관계자들의 환호가 터져 나온다. 죽음의 산악 코스에서 꾸준히 선전하며 첫날 개인 2위와 산악왕(KOM)을 차지한 장경구(20·가평군청·사진)다.

당초 이번 대회는 프로팀(투르 드 프랑스 등 최고 권위 국제사이클연맹 투어에 참가) 선수들이 즐비한 독일 국가대표팀과 유럽 프로대륙팀(프로팀 다음 단계) 선수들이 레이스를 이끌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010 투르 드 코리아 국내 1위(종합 7위)에 오른 약관의 장경구는 전혀 주눅 들지 않는 과감한 레이스로 처음부터 치고 나가 선두권을 이끌었다.

장경구는 “프랑스에서 프로팀 선수들과 대결해봤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잘 타는 선수들과 경기한다는 부담은 없었다”며 해맑게 웃었다. 장경구는 지난해 프랑스 전지훈련 당시 급수를 가리지 않고 주 5, 6개 대회를 소화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날 레이스가 장경구의 고향인 강원 양구에서 펼쳐진 것도 호재였다. 장경구는 “세계 여러 나라를 가봤지만 오늘 처음 자전거로 올라본 을지전망대 코스같이 힘든 곳은 없었다”면서도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랑 항상 연습하던 곳이라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장경구는 을지전망대 정상을 2위로 통과했지만 두 개의 산악 코스 합산 1위로 첫날 산악왕에 올랐다.

장경구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출신인 장경구의 최대 장점은 독주에 강하다는 것. 장경구는 “빙상 선수 시절 항상 혼자 타던 버릇 때문에 동료들이 같이 달리지 않아도 힘을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도 팀 동료들이 후미로 처져 프로대륙팀인 CCC 폴샛 선수 3명을 상대해야 했다. 폴샛 선수들은 번갈아가며 선두에 나서며 장경구를 괴롭혔지만 쉽게 따돌리진 못했다. 미시령에서 장경구와 혈투를 벌였던 토마츠 키엔데스(폴란드)는 결국 오버페이스로 20위권으로 처졌다.

장경구의 꿈은 사이클 불모지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것. 산악왕을 상징하는 검은 점박이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던 장경구는 “광저우 아시아경기 사이클 대표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유럽에 임대선수로 나가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양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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