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삼 부활 비밀은 투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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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8일 07시 00분


롤러코스터 투구변화…왜?

어느새 2패,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로 내정된 삼성 장원삼의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두산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역투하면서 팀에 희망을 안겼다. 부활의 비결은 투구판 밟는 위치에 있었다. 스포츠동아 DB
어느새 2패,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로 내정된 삼성 장원삼의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두산과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역투하면서 팀에 희망을 안겼다. 부활의 비결은 투구판 밟는 위치에 있었다. 스포츠동아 DB
PO 3차전 7안타 뭇매…5차전 무실점 호투
투구판 모서리 3루서 1루 쪽으로 발 옮겨
슬라이더 등 위력 커져…4차전 선발 내정
하루하루가 다른 것이 야구라지만, 이것은 너무나 극적인 변화다. 10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선발로 나와 2이닝 7안타 2실점으로 무너진 장원삼(27·삼성). 하지만 13일 열린 5차전에서는 6이닝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삼성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 2패로 몰린 삼성은 장원삼을 4차전 선발로 내정했다.

사흘 만에 부활. 비밀은 투구판을 밟는 위치의 변화에 있었다. 투수의 발이 투구판의 어느 위치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특정구종과 코스의 위력은 배가되기도 한다. 두산 히메네스가 투구판의 1루 쪽 모서리를 밟고 던지며, 우타자 몸쪽 싱커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것이 그 예다. 장원삼은 올시즌 내내 투구판의 3루 쪽 모서리를 밟고 던졌다. 신인이던 2006년에는 1루 쪽 모서리를 밟고 투구했지만 2007년 스트라이크 존이 축소되면서부터 3루 쪽으로 발을 옮겼다. “존이 축소되면, 우타자 먼 쪽으로부터 들어오는 바깥쪽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할 것 같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올시즌에도 “1루 쪽을 밟고 던진 경기는 딱 한 번”이라는 것이 본인 설명. PO 3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타격7관왕 이대호(28·롯데)조차 “(장)원삼이의 공은 컨트롤이 좋아 시속150km를 넘는 공보다 더 까다롭다”고 말한다. 칼날 같은 제구력은 장원삼의 생명수다. 그것 덕에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투구패턴에도 불구하고 프로에서 자리를 잡았다. 특히 바깥쪽 직구는 우타자를 상대하는 주요 무기. 팬들에게 ‘장 글래빈’으로 불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PO 3차전에서 장원삼의 우타자 바깥쪽 승부구는 마음먹은 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난타를 당했다.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순간.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장원삼은 PO5차전에서 4년 전으로 돌아가는 모험을 택했다. 투구판의 1루 쪽 모서리로 발을 옮겼다. 본인설명대로 “우타자 바깥쪽 공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PO5차전에서 ‘0점 조준 변화’는 대성공. 공이 홈플레이트를 향할 때의 ‘각’이 살아났다. 우타자들은 멀게 느껴지는 바깥쪽 직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좌타자 바깥쪽으로 휘어져나가는 슬라이더의 위력도 더 커졌다. SK 타자들은 되살아난 장원삼을 공략할 수 있을까. 밝은 표정의 장원삼은 “잘 됐으니까요…”라는 말로,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기분 좋은 변화를 이어나갈 뜻을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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