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역전 한방! 롯데 전준우 스토리] 4번같은 7번…오뚝이 전준우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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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5일 07시 00분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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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사상 첫 같은 팀에 두번이나 지명

2008년 롯데 유니폼 2군올스타 MVP

지난해 이대호에 밀려 중견수로 변신

준PO 4게임 2홈런-타율 0.529 맹활약

1차전 결승대포 ‘전국구 스타’로 도약1차전 9회초 터진 극적인 결승 솔로홈런. 4게임에서 17타수 9안타(2홈런 포함), 타율 0.529에 3타점 5득점.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자리매김한 롯데 전준우(24)의 성적표다.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그는 3차전까지 8번 타자로 나섰다가 4차전에 7번으로 올라섰다. 상대편인 두산에선 ‘이대호, 홍성흔이 아닌 전준우가 제일 무서운 타자’라는 말도 나온다. 그야말로 ‘하위 타선의 핵’.

프로 3년째인 올시즌, 비록 규정타석은 채우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세자릿수(114) 경기에 출장한 그는 타율 0.289에 19홈런-16도루를 마크했다. 구단 역사상 첫 ‘20홈런-20도루’를 노리다 막판에 실패했다. 5월 중순 이후 붙박이 중견수를 맡은 걸 떠올리면 풀타임을 뛰었다면 ‘20-20클럽 가입’은 충분히 가능한 기록이었다.

○유격수와 3루수를 맡았던 고교·대학시절

어렸을 때부터 유달리 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아들이 캐치볼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평소 친분이 있던 이만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경주 흥무초등학교로 전준우를 전학시킨다. 그 때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경주중을 거쳐 경주고를 졸업할 때까지 그는 주로 유격수를 맡았다. 경주고의 2003년 대통령배 준우승을 이끈 주역도 ‘유격수 겸 1번타자’ 전준우였다. 하지만 대학 때 그는 3루수로 포지션을 바꾼다. 2008년 프로 첫해 2군 경기에 주로 나갔던 그의 포지션 역시 3루수였다. 그러나 이듬해 1군에 이대호라는 걸출한 존재가 있었던데다, 1군 외야 중 이렇다할 오른손 타자가 없는 팀 사정,‘빠른 발에 좋은 어깨’를 갖췄다는 평가 덕분에 외야수로 전향한다. 2009시즌이 ‘중견수 전준우’의 첫 시즌이었지만, 그는 채 2년도 되지 않은 올 5월 이후 롯데의 센터라인 주전 자리를 굳혔다.

○롯데는 내 운명

전준우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같은 팀에 두 번 지명된 첫 주인공’이란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경주고를 졸업한 2004년, 롯데에 2차 7번으로 지명받았으나 프로 입단 대신 건국대로 진학했다.

롯데 조성우 스카우트는 4일, “당시 사전에 대학과 어느 정도 교감을 갖고 있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명권 한 장을 날리더라도 아깝지 않은 선수라고 판단했다”면서 “지명 후 계약을 시도하니까 준우가 4년 동안 더 좋은 모습을 갖추겠다고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기억했다. “대학 진학 후 3루수로 포지션이 바뀌었는데, 송구 동작이 깔끔하지 않은 단점만 보완한다면 충분히 프로에서 통할 수 있는 선수라고 봤다”며 4년 뒤 재지명 이유도 덧붙였다.

그가 대학 진학을 선택한 것은 지명순위도 앞순위가 아닌데다, 구단에 양해를 구했듯 ‘대학에서 한번 더 고생한 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의지가 들어있었다. 두 번째로 롯데에 재차 지명됐을 때, “무엇보다 다시 뽑아줘서 고맙고, 프로에 오게 된 게 감사했다”는 것이 전준우의 말이다. 전무후무한 특정 구단 두번 지명처럼, 전준우에게‘롯데는 내 운명’이었던 셈이다.

○땀과 열정으로 거둔 열매


고교 시절 동기생으로 강민호 장원준 허준혁(이상 롯데), 박석민(삼성), 김재호(두산) 등이 있지만 이들이 곧바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것과 달리 전준우는 유일하게 대학을 거쳐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신인이던 2008년, 그는 퓨처스리그 올스타 MVP를 받았다. 그 해 확대엔트리가 적용된 9월에서야 1군 무대를 밟았고, 지난해 개막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영글지 않은 중견수’로서 결정적인 ‘알까기’를 한 뒤 다시 2군에서 내려갔다. 시즌 뒤에는 왼손바닥 유구골 수술을 받아 TV로 포스트시즌을 지켜봐야 했다.

주전 외야수들의 잇단 부진과 부상 속에 ‘로이스터 감독 시즌 구상’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그가 붙박이 기회를 잡은 건 올해 5월 이후. 그는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천부적인 자질은 없었지만 땀과 열정으로 이를 대신 했다. 7월 6일, 마산 넥센전 끝내기 홈런 등 그는 유독 경기 막판 게임 흐름을 바꿀 결정적인 ‘큰 것 한방’에 강했다. 준PO 1차전 결승홈런처럼…. 생애 첫 포스트시즌이지만 그는 “떨리거나 그렇지 않다. 페넌트레이스보다 더 재미있다”고 했다. ‘준비된 스타’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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