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고장…포항 선수단 ‘공포의 40분’

스포츠동아 입력 2010-09-18 07:00수정 2010-09-1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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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C원정 마치고 이란 →두바이행 탑승

이륙 직후 고장…수리하는데 4시간 걸려

두바이 도착땐 마지막 한국행마저 출발

15시간 뜬눈으로…상대팀 하루먼저 입국공포의 4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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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7시(현지시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두바이로 가는 이란 항공기가 테헤란 공항을 이륙했다. 기내는 만석. 전날인 15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원정 1차전 조바한(이란)과 힘겨운 승부를 펼친 포항 스틸러스는 이날 오전 이스파한에서 이곳까지 버스로 5시간을 달려 왔다. 두바이까지 2시간, 두바이에서 한국까지 10시간의 비행 여정이 아직 남았다.

이륙 20분 후. 뭔가 이상했다. 상공으로 확 치솟아야 할 시점인데도 비행기가 뒤뚱 뒤뚱거렸다. 아랍어로 된 방송이 나오자 기내는 급격한 혼란에 빠졌다. 좌우 날개 급유구에서 기름이 맹렬한 속도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마치 날개가 불에 타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입에서 “기름을 빼는 것을 보니 비상착륙하려는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기장이 “비행기에 문제가 생겨 다시 이란으로 회항한다.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지만 소용없었다. 현지인들은 한 목소리로 ‘신의 가호’를 빌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다시 20여분 후. 창 밖에 불빛이 보였다. 이륙한 지 정확히 58분 만에 비행기는 테헤란 공항에 덜커덩거리며 착륙했다. 기내는 엄청난 박수와 환호 소리에 휩싸였다.

그러나 ‘살았다’는 기쁨도 잠시. 포항은 빨리 두바이로 가서 오후 10시15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 편을 타야했다. 이를 놓치면 17일 새벽 3시30분에 이륙하는 아랍에미레이트연합 항공(EK)이라도 잡아야 했다.

조바한 선수들이 한국 원정을 위해 예약해 놨다던 바로 그 비행편. 기내에서 ‘적과의 동침’이 이뤄질 판이었다. 포항 직원들은 재빨리 EK 항공편을 수배했다. 그러나 고장 수리 뒤 곧 출발한다던 이란 비행기는 감감무소식. 시간은 자꾸 흘렀고 입술이 타 들어갔다.

이미 대항항공은 포기했다. EK가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렇게 기내에 꼼짝없이 갇혀있기를 4시간 만에 비행기가 다시 움직였다. EK 항공 보딩까지 약 4시간 남았다. 두바이까지 가는 2시간을 감안하면 빠듯했다. 두바이 공항에 도착해 포항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처럼 뛰었다. 제 시간에 한국으로 가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하늘은 야속했다. EK 창구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조바한은 예정대로 출국했다는 소식. 17일에는 대한항공이 없다. 꼬박 24시간을 기다려 다음 EK 항공을 타야한다. 이렇게 되면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시간이 18일 오후 4시(한국시간). 조바한이 하루 먼저 입국하게 됐다. 홈과 원정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피곤에 지친 몸으로 두바이 인근 호텔로 와서 짐을 푼 시간이 현지시간 새벽 4시. 이스파한을 출발한지 무려 15시간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부디 전화위복의 계기가 돼야 할 텐데….” 눈을 감은 포항 박창현 감독대행이 중얼거렸다.

이스파한(이란)·두바이(UAE)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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