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 기자의 벤치스토리] 익현아 ‘형제 V쇼’ 반드시 보여주자!

스포츠동아 입력 2010-09-11 07:00수정 2010-09-1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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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야구하는 두 아들을 매일같이 차로 실어날랐다. 아침마다 교문 앞에 내려줬고, 야간 훈련이 끝나는 오후 10시에 다시 학교 앞으로 왔다. “안 그래도 운동하느라 고생하는데, 다른 고생은 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였다. 광주에서 같은 초·중·고교를 2년 터울로 졸업한 형제는 이제야 그 사랑의 깊이를 깨닫고 있다. 형 임익준(22·삼성)은 회상했다. “그 때는 아버지도 참 힘드시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군대에 다녀오고 나니까, 새록새록 감사한 마음이 사무치더라고요.”

○ 동생과 함께 당당히 선발 출장하는 그 날까지

임익준은 예비역 선수다. 2007년에 입단하자마자 상무 입대를 권유 받았다. 첫 전지훈련을 일주일 앞둔 시점. 처음엔 황당하기만 했다. “그런데 선배들이 ‘당장 잡아야 할 기회다’라고 난리셨어요. 이렇게 일찍 군대를 해결하는 게 얼마나 좋으냐면서요. 어차피 내야에 제가 들어갈 자리도 없었거든요.” 게다가 상무에서는 최고의 길잡이를 만났다. 전지훈련 룸메이트였던 두산 손시헌은 쉬는 날마다 “운동하러 가자”며 잡아 끌었다. 남들 쉴 때 함께 쉬면, 돌아가서도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제 포지션도 마침 유격수라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정신적으로 무장하는 계기가 됐죠.”

그러나 야구는 갈수록 어려웠다. 제대 후 두 번째 시즌인 올해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아봤지만,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느낌에 괴로워했다. 백업 멤버인 이상, “한 번 기회가 왔을 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도 늘 따라다녔다. 그렇다면 극복하는 방법은 하나뿐.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각오를 잃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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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SK 김광현, KIA 양현종, 두산 임태훈 등과 함께 2006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우승을 이끌었던 멤버다. 그리고 그 때 결승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쳤다. “다같이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요. 한 때 프로 지명도 못 받을까봐 고민했던 제가 태극마크를 달면서 자신감을 찾는 계기도 됐고요.” 이미 프로 정상급 선수가 된 친구들을 보면서 위축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더 나은 미래를 다짐하면 되는 것이다.

이뤄야 할 꿈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주저앉을 수도 없다. 투수인 동생 익현(20)은 올해 삼성에 입단해 경산 숙소 옆 방을 쓴다. 선발 투수 임익현, 선발 유격수 임익준, 그리고 형제가 합작하는 승리. 그게 바로 형 익준의 꿈이다. 물론 가까운 미래에는 힘들지도 모른다. 형은 1·2군을 오가고 있고, 동생은 어깨가 아파 재활 중이기 때문이다. “프로에 와서 절실히 깨달았어요. 열심히 한다고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그냥 최고로 열심히 해서 내 힘으로 기회를 만드는 수밖에요.” 형제는 그렇게 오늘도 이를 악문다.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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