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유도 꿈나무들아, 힘들어도 버텨라”

스포츠동아 입력 2010-09-01 07:00수정 2010-09-0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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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베이징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 최민호는 고향 김천에서 자신의 금메달을 기념하는 중·고 유도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에 기뻐하면서 “후배들이 힘들어도 열심히 버텨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덕담을 남겼다.
■ 한국유도 간판스타 최민호 후배들에게 바란다

태릉선수촌에서 31일 만난 ‘한국 유도의 간판’ 최민호(30·한국마사회)는 휴식시간도 아까워했다.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그는 지금 가장 혹독한 훈련단계에 접어들어 있었다. 어찌나 훈련이 고되던지 점심시간 후 잡힌 인터뷰를 진행하기 미안할 정도로 전력을 쏟아 붓고 있었다. 그래도 막상 기자와 마주하자 수줍은 표정에 조용조용한 말투 속에서 세계 정상을 밟아본 자의 심지가 느껴졌다. 낯빛하나 변하지 않고, 할 말을 다했다. 말속에는 유도꿈나무들이 두고두고 새겨들을만한 ‘내공’이 읽혀졌다.

올림픽 금메달 목에 건 후 허탈감에 은퇴까지 고려
하지만 고비를 넘자 유도의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 유도의 초심(初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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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 경기 한판승으로 대한민국에 대회 1호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후, 라면 CF까지 등장하는 등 톡톡히 유명세를 누렸다. 그러나 필생의 목표를 정복한 뒤, 허탈감이 그를 덮쳤다. 심리적 긴장감마저 풀어졌고, 어깨 통증까지 왔다. 체중 증가는 설상가상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닥쳐온 방황의 시기.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있었다. 은퇴까지 고려했다. 이때 그를 돌려세운 이는 김정행 총장, 정훈 감독을 비롯한 용인대 동문선배들이었다. 침묵의 세월을 거치고, 견디고 돌아온 최민호는 한층 성숙해져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격(格)의 유도를 예고한다.

“어깨를 다친 뒤 운동을 좀 쉬었다가 다시 전념하니까 더 재미있다. 유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이뤄야 되기보다는 나 자신이 유도가 재미있기 때문에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흐름이, 길이 시야에 들어온다. 너무 오래 유도만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한계를 느꼈었는데 (그 한계를 초월한) 어떤 감(感)이 이제는 온다. 베이징 때보다 성숙해졌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지금부터 나는 다시 시작이다.”

어쩌면 최민호의 ‘방황’은 더 이상 오를 산이 없는 자의 상실감과 흡사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의 상실감을 치유했을까? 최민호가 들려준 두 가지 단서는 ‘집중과 자신감’이었다. 그리고 그 원천은 훈련이었다.

“시합에만, 몸에만 집중한다. 주말에 외출해 밥 사먹는 것 말고 사생활은 없다고 봐야 된다. 새벽과 오전 오후에 훈련을 하고 야간에는 각자 한다. 솔직히 이것(야간 자율을 제외해도)도 엄청난 훈련이다, 아마 선수촌에서 제일 많은 훈련량일 것이다. 버티는 자체도 힘들다. 운동 시간에 운동 능력에 집중한다. 생각 없이 많이 하면 운동이 아니다. 운동시간이 얼마든 거기서 엑기스를 뽑아내야 된다.”

최민호는 “기술도 알만큼 알고 더 연습할 기술이 없다”고도 했다. 어찌 보면 자신감의 과잉으로 비칠 수도 있으나 이 말을 꺼낸 당사자가 최민호라면 그 뜻을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심리적 극복은 훈련에서 찾아야 된다. 훈련이 잘돼 있으면 심리적 안정은 자연스레 찾아온다.”

최민호 이름 내건 중·고 유도연맹전 탄생 감사
“유도 재미 가르쳐준 김천…내 무도정신의 뿌리”


● 그 초심의 발원지, 김천

최민호의 올림픽 금메달을 기념해 그의 이름을 딴 중·고 유도대회가 탄생했다는 감회를 묻자 ‘송구함’부터 표시했다. “솔직히 튀거나 나서는 성격도 아니라 처음엔 부담스럽기도 했다. 제 위에 금메달리스트가 한둘인가? 그런데 김정행 총장님께서 ‘대회가 생김으로써 후배들 중에도 금메달 후보가 나올 수 있다’고 격려해 주셨다. 이제는 대회를 마련해준 스포츠동아에 고마운 생각이다.” ‘제2의 최민호’를 꿈꾸는 유도 유망주들에게 최민호가 당부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힘들어도 버텨라.” 인내야말로 정상으로 가는 연료라는 의미일 터다.

김천에서 나고 자란 최민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유도에 입문해 중학교까지 김천에서 운동했다. 이후 고교 때 대구 경산 진량고로 나갔다. “지금도 유도인인 사촌형(최성하)을 따라서 입문했다. 김천 동네에서 같이 노는 형들이 체육관에 가면 같이 못 노니까 구경갔다가 관장님의 권유를 받았다. 다른 학원은 한 달을 넘긴 적이 없는데 유도는 재밌었다. 중2까지 입상도 못해 그만두려 했다. 부모님도 ‘한판이라도 이기면 하라’고 했다. 그래도 ‘죽어도 한다’고 했다. 도망까지 가 허락을 받아냈다. 지금은 돌아가신 이병준 도장 코치님이 중2때 분신처럼 붙잡고 가르쳐 주셨다. 그해 말 최초로 이겨봤다.”

최민호와 김재범(25), 두 김천 출신 국가대표는 세계선수권을 코앞에 둔 촉박한 일정 속에도 짬을 내 4일 김천을 찾아 개막식에 참석한다. 최민호는 “서울 같은 곳에선 중학생부터 스파르타 훈련을 한다던데 나는 어릴 때 그렇게 안했다. 자유분방하고 자발적으로 맘 편하게 운동했고, 그것이 몸에 뱄다”고 김천식 육성법을 예찬했다. 김천에서 생겨난 그 마음은 지금 최민호의 각오와 연결된다.

도쿄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2연패 첫 관문
초심으로 돌아가 ‘한판 사나이’ 부활 준비


● 김천에서 런던까지

이제 새 마음으로 유도를 대하는 최민호의 궁극적 목표는 2012년 런던 올림픽. 한국 유도사상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올림픽 2연패다. 그러나 성적을 떠나 다시 시작하는 자체가 행복하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둔다.

출발점은 9월 도쿄 세계선수권이다. 여기서 결과나 내용에서 무언가를 보여줘야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AG) 대표로 뛸 수 있다. 유독 AG와 인연이 없어 2002년 부산 AG 동메달이 전부였다. 그러나 대표팀 정훈 감독은 광저우 금메달을 낙관한다. “유도밖에 할 게 없다.” 이 말을 뒤집으면 ‘유도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최민호이기 때문이다.

■ 최민호는?

● 1980년 8월 18일 경북 김천 출생
● 진량고-용인대-한국마사회
● 주요수상경력= 2000년 파리오픈 우승-20002년 부산아시안게임 동메달-2003년 오사카 세계선수권 우승-2004년 아테네올림픽 동메달-2006년 리스본 월드컵·KRK컵 코리아오픈 우승-2007년 파리오픈·아시아선수권·리우데자네이루 선수권·코리아오픈·가노컵 3위-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이상 60kg급)

태릉|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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