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김재현 쾅!…빛나는 ‘은퇴 전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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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0일 07시 00분


올 은퇴 앞두고 200호 솔로홈런 “그냥 담담…웃으며 떠나고 싶다”

SK 와이번스의 김재현. 스포츠동아DB
SK 와이번스의 김재현. 스포츠동아DB
지난해 10월 15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SK 대표선수 자격으로 참석한 김재현(35)은 폭탄 선언을 했다.

“나의 베스트는 내년까지가 한계일 것”이라며 “2010년 시즌이 끝난 뒤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동석했던 김성근 감독 역시 깜짝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다분히 충동적인 발언이었지만 “작년(2008년)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로 2년 계약을 한 뒤부터 일찌감치 생각해 왔던 것”이라는 게 당시 그의 설명이었다.

선수들은 대부분 한해라도 현역 생활을 더 하려고 한다. 은퇴 시기에 몰린 선수들이 구단, 또는 감독과 사이가 멀어지는 것도 대부분 그런 연유에서다. 그다지 많지 않은 나이에, 그것도 ‘1년 뒤 은퇴’를 공언한 그가 남다르게 다가온 것도 그래서였다.

29일 사직 롯데전을 앞둔 그에게 ‘몇 게임 남았냐’고 묻자, “20게임”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페넌트레이스가 이날 롯데전을 포함해 꼭 20경기 남아있음을 상기한 것이다. ‘포스트시즌도 있지 않느냐’했더니 “7게임 더 남았다”고 했다. 한국시리즈를 염두에 둔 말이었다.

“은퇴 결심엔 전혀 변동이 없다”는 그는 “하루하루가 남다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제껏 은퇴한 스타 선수들 중 ‘1년전 은퇴 예고’를 한 선수가 한명도 없었던 게 아니냐고 하자,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다”면서 살며시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면서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잘 안된다”고 덧붙였다. 17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올해, 어느 때보다 소중한 하루하루가 뭔가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그는 5-2로 앞선 4회 선두타자로 나서 상대 선발 김수완으로부터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1점 아치를 폭발했다. 142km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겼고, 우익수 가르시아가 쫓아가는 걸 일찌감치 포기할 정도로 큰 타구였다. 시즌 9호이자, 개인통산 200호 홈런.

김재현은 개인 통산 200홈런에 대해 “그냥 담담하다”면서 “팀 분위기가 좋지 않아 동료들에게도 함께 즐기자고 했다. 나도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면서 “시즌을 끝까지 잘 치러 페넌트레이스 1위는 물론이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꼭 차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그가 ‘은퇴 발언’을 한 것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한국시리즈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는 각오를 밝히면서였다. 그러나 SK는 지난해 준우승에 그쳤다. 17년간의 현역 생활을 마감하는 그는 ‘웃으면서 떠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올해 그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사직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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