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소년체전 수영 경기가 열린 11일 대전 용운국제수영장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여자 중등부 자유형 200m에서 김가을(13·경북체중·사진)은 2분02초66의 대회신기록을 작성했다. 5월 동아수영대회에서 자유형 200m와 접영 50m를 석권하며 대회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한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5월 동아수영대회 MVP,석달만에 3초단축 대회신
김가을은 불과 3개월 만에 자유형 200m 기록(2분5초86)을 3초나 단축했다. 중학교 2학년으로 7세 때 초등학교에 들어간 김가을이 두 살 위의 3학년 선수들을 제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니어에서 한 살도 큰 차이다. 박태환도 14세 때 이렇게까지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김가을은 박태환 같은 천재형 선수는 아니다. 경북체육중고 김성호 감독을 만나기 전까지 모두가 주목하는 특급 유망주도 아니었다. 소년체전 접영 50m와 100m에서 2위에 오른 것이 눈에 띄는 성적이었다. 기회는 불현듯 찾아왔다. 김 감독의 권유로 자유형으로 전향한 것이 적중했다. 김 감독은 “혼계영에서 가을이가 자유형 하는 모습을 보고 감이 왔다. 접영 200m까지 뛰던 능력이 있으니 중장거리까지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가을은 전향 후 1년도 되지 않아 자유형 200m 중등부에서 국내 최강에 올랐다. 자유형 200m는 박태환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종목이다.
우승 후 만난 김가을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여자 박태환요? 내년에 국가대표 되는 게 우선이지요”라며 겸손해했다. 김성호 감독도 “지금 강화훈련을 섣불리 했다가는 수영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지금은 즐기는 수영을 배우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유독 여자 수영 유망주들은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곤 했다. “수영을 즐기지 못했다”는 박태환의 반성도 비슷한 맥락이다. 즐기는 수영을 배우고 있는 김가을의 소박한 각오가 더욱 미더운 이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