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상극’ 오바마와 김정일도 통하는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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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9일 1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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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버락 오바마(49)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68) 국방위원장. 서로 상극일 것 같은 두 사람에게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농구를 무척 좋아한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 주 푸나우고교 농구팀 출신으로 1979년 팀이 주(州)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때 멤버였다. 포인트 가드로 활약했던 그는 최근에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대학농구 경기 해설자로 나서기도 하는 등 농구사랑이 지극하다.

김정일 위원장도 농구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농구선수를 한 적은 없지만 평소 미국프로농구를 위성중계로 시청하고 '폭풍', '태풍' 등 농구팀에 이름을 직접 지어줄 정도로 농구에 대해 애정이 대단하다.

김 위원장은 1980년대 말 "농구는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운동이니 적극 육성하라"로 지시했고, 이때부터 북한은 농구를 정책적으로 육성했다. 김 위원장은 1996년 '사회적으로 농구하는 분위기를 세우라'는 취지의 친필 교시를 내리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99년 남북통일농구대회가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열린 뒤 2003년에는 평양 유경 정주영 체육관 개관을 기념하는 농구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3남 김정은(28)도 이런 영향을 받아서인지 농구를 무척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에서 유학하던 1990년대 미국프로농구 시범경기를 보기 위해 프랑스 파리까지 차를 타고 가기도 했고, 농구 만화를 즐겨봤다는 얘기도 있다.

농구는 이런 최고위층 인사들부터 일반인까지 쉽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 축구나 야구를 한번 하려면 넓은 운동장과 장비, 그리고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만, 농구는 공과 골대만 있으면 좁은 공간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길거리 농구. 미국 흑인 청소년들이 주차장이나 공터에서 볼 하나를 가지고 자유롭게 논 데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길거리 농구는 3명이 한 팀이며, 정식코트의 절반만 사용해 체력 소모가 적으면서도 농구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8월 6일부터 사흘간 서울광장에서 펼쳐지는 '2010 서머 스트리트 바스켓볼 페스티벌'은 최근 다소 주춤해진 농구 붐을 다시 일으키려는 길거리 농구 축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는 전국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중, 고, 대학 일반부의 48개 팀이 출전해 길거리 농구의 최강자를 가린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날려줄 이번 농구 축제를 기다리면서 북한 평양의 넓고 넓은 김일성 광장에서도 길거리 농구가 열리는 장면을 떠올려 봤다. 최고 지도자와 그 후계자가 그토록 농구를 좋아한다고는 해도 지금처럼 수구적이고 폭압적인 북한의 상황을 감안하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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