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종가’ 오심에 무너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獨에 1-2 뒤지던 잉글랜드, 동점골이 노골로전열 흐트러지며 2골 더 내주고 8강행 좌절가나는 美 꺾고 사상 첫 8강

남아공 월드컵에서 너무 일찍 만난 유럽 라이벌끼리의 ‘빅게임’이 오심으로 얼룩졌다. 독일은 오심의 행운을 등에 업고 잉글랜드를 몰아쳐 4-1 대승을 거뒀다.

27일 남아공 블룸폰테인 프리스테이트 경기장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독일의 16강전. 0-2로 뒤지다 전반 37분 맷 업슨(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골로 추격의 불씨를 댕긴 잉글랜드는 1분 뒤 프랭크 램파드(첼시)의 강슛이 크로스바 아래를 맞고 꺾여 골라인 안쪽을 때렸다. 잉글랜드 선수들은 동점골에 환호했지만 주심과 부심은 골로 인정하지 않았다.

느린 중계화면에서 볼은 골라인 10cm가량의 안쪽을 맞혔기 때문에 명백한 오심이었다. 골인으로 인정됐으면 끌려가던 잉글랜드가 오히려 승부의 주도권을 잡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잉글랜드로선 통한의 판정이었다.

이 오심은 44년 전인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결승전을 연상케 했다. 잉글랜드와 서독이 결승에서 만났는데 연장에 터진 잉글랜드의 결승골이 오심 논란이 됐었다. 2-2로 비겨 돌입한 연장전에서 잉글랜드 제프 허스트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아래로 떨어졌는데 당시 주심은 골라인을 넘었다고 판단했고 잉글랜드의 결승골이 됐다. 이 골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1년 넘게 논쟁이 됐는데 독일의 민영TV 자트는 최근 다큐멘터리를 통해 허스트의 이 골이 골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날 16강전에서 독일은 일찍 승부를 가르는 듯했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해 나갔고 일찍 선제골을 만들었다. 세르비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퇴장 당해 3차전을 결장했던 ‘돌아온 스트라이커’ 미로슬라프 클로제(바이에른 뮌헨)가 전반 20분 페널티지역에서 수비 둘 사이를 뚫은 뒤 넘어지면서 발끝으로 공의 방향을 바꿔놓는 절묘한 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번 대회 두 골을 넣은 클로제는 월드컵 통산 12골을 기록했다.

이어 전반 32분 루카스 포돌스키(쾰른)가 토마스 뮐러(바이에른뮌헨)의 크로스를 받아 강슛으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잉글랜드는 절박해진 상황에서 37분 업슨의 첫 만회골을 시작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1분 뒤 램파드의 슈팅이 골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공격은 더욱 활기를 띠었다.

하지만 독일은 상대 공격을 잘 막아냈고 후반 22분, 25분 뮐러가 연속 두 골을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전날 열린 가나와 미국과의 16강전에선 가나가 연장 전반 아사모아 기안의 결승골로 2-1로 이기고 8강에 올라 우루과이와 대결을 벌이게 됐다. 아프리카 팀으로 월드컵 8강에 오르기는 1990년 카메룬, 2002년 세네갈에 이어 가나가 세 번째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