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코리아” 강철체력-강심장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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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그레이드된 한국축구

상대를 압도한 체력
한경기 평균 10만8369m
다른 팀보다 2000m 더 뛰어
아시아 최강 넘어 세계도 인정

“할 수 있다” 자신감
“메시도 똑같은 선수일뿐”
남미-유럽축구에 두려움 없어
‘남아공 키드’새로운 신화 준비
“한국이 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


26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우루과이의 16강전을 지켜본 많은 외국 기자는 한국 취재진에게 “졌지만 환상적인 경기였다”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들은 하나같이 무섭게 성장한 한국 축구에 놀라움과 찬사를 보냈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는 아시아 최강을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인정받는 축구 강국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 강인한 체력 바탕으로 상대 압도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체력적인 면에서 대단한 성과를 이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끈 한국은 세계 강호들과 맞서면서도 90분 내내 지치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강철 체력을 밑거름으로 한국은 남아공에서도 결실을 봤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그리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 세계 강호들과 맞서면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전에서는 경기를 지배했다. 상대보다 많이 뛰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라이몬트 페르헤이연 피지컬트레이너는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체격과 체력으로 세계무대에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나이지리아보다 더 나았다.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슈팅 수(한국 15개, 우루과이 14개)와 볼 점유율(한국 54%, 우루과이 46%)에서 모두 앞섰다. 한국은 총 596번의 패스를 시도해 424번 성공하며 71%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는 우루과이가 434번의 패스 중 268번(62%) 성공한 것보다 무려 9%포인트 높다. 체력의 바로미터인 선수들이 뛴 거리도 한국은 우루과이를 압도했다. 한국은 교체선수 2명을 포함해 13명의 선수가 90분 동안 10만8369m를 뛰었다. 우루과이는 14명의 선수가 10만6575m를 뛰었다.

○ 자신감이 가장 큰 자산

이청용(볼턴)은 아르헨티나전을 앞두고 “선수들은 메시를 안 무서워하는데 오히려 코칭스태프들이 걱정한다”고 말했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지난 시즌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스타다. 하지만 선수들은 “똑같은 선수일 뿐”이라며 오히려 주위의 반응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한국이 1-4로 졌지만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선수들의 반응은 “해볼 만했다”였다.

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한국은 B조 3개국에 비해 저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수들의 생각은 달랐다. 박지성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세계 축구계에 큰 사고를 치겠다”고 말했다. 이청용, 기성용(셀틱) 등은 아르헨티나전 패배, 나이지리아전 무승부에도 담담한 얼굴로 “오히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축구 강국들을 맞아 대등하게 싸웠다.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선수들은 그 누구를 만나도 지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키웠다. 이번 대회에선 당시 직접 뛴 선수도 있지만 한국의 4강 신화를 보면서 월드컵의 꿈을 키운 선수가 많다.

이제 축구 유망주들은 꿈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일 월드컵 키드’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빛을 발했듯이 ‘남아공 키드’들이 새로운 월드컵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포트엘리자베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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