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16강전 화두는 결·초·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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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5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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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스포츠동아 DB]
허정무 감독. [스포츠동아 DB]
“수백만 응원에 보답” 출사표

“잠을 설치며 응원해주는 수십, 수백만의 국민들에게 결초보은하자.”

25일(한국시간) 루스텐버그 올림피아파크 스타디움.

허정무 감독은 훈련 전 선수들을 한데 모아 놓고 10여 분 이상 긴 이야기를 했다. 이청용이 인터뷰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가볍게 선수들과 패스 게임을 하면서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을 꺼냈다. 모든 선수들에게 뭔가 꼭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취재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잠시 뒤 허 감독이 취재진에게 털어놓은 대화 내용의 주제는 ‘결초보은’이었다.

“부담을 떨쳐버리고 16강답게 멋진 승부를 해보자고 말했습니다. 또 잠을 안 자고 광장에서, TV앞에서 응원해 주시는 수십, 수백만의 국민들에게 결초보은하고,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과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신 스승들께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전날 선수단 미팅에서 “축하파티는 한국에 돌아가서 하자”고 말한 데 이어 바로 다음 날 또 다시 선수들의 정신 무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허 감독의 의도를 짐작해볼 수 있다.

한국의 1차 목표는 16강 진출이었다. 그러나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제 만족하고 돌아가자”고 선수들에게 말하는 사령탑은 아마 없을 것이다. 선수들이 계속해서 집중을 잃지 않고 다음 경기에도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 바로 감독의 몫이다.

허 감독은 성대한 축하 파티를 귀국 뒤로 미뤘다. 이어 결초보은이라는 사자 성어까지 인용해 자칫 풀어질 수 있는 선수들의 마음을 다 잡았다.

마치 히딩크 감독이 8년 전 6월14일, 16강 확정 뒤 “나는 아직 배고프다”며 선수들을 자극해 빛나는 4강 신화를 썼던 것처럼.

한편, 허 감독은 우루과이 전 구상에 대해 “베스트 11에 큰 변화는 없지만 한 두 자리 정도 바뀔 수도 있다”며 “우루과이의 조별리그 경기를 모두 봤고 DVD도 구해서 분석했다. 선수들도 계속 DVD를 보고 있다. 철저하게 준비해서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루스텐버그(남아공)|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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