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르헨티나에 패배…나이지리아전 총력 다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8일 0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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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전후반 90분 넘도록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라운드를 누빈 태극전사들은 종료 휘슬에 탄식을 터뜨렸다. 밤이 깊도록 전국 방방곡곡에서 붉은 물결을 이루며 열띤 응원을 펼친 4900만 국민은 안타까운 패배 속에서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17일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B조 대한민국-아르헨티나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7위 한국은 영원한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7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1-4로 졌다. 한국은 몸값이 1192억 원에 이르는 리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한 아르헨티나의 공세에 흔들리며 전반에 박주영의 자책골과 곤살로 이과인의 헤딩슛으로 0-2로 뒤졌다. 이청용은 전반 추가 시간에 절묘한 오른발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어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후반 들어 한국은 줄기차게 상대 문전을 위협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다 결국 31분과 35분 이과인에게 연속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이과인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첫 대결이던 1986년 멕시코 대회 때 당한 1-3의 완패를 설욕하는 데 실패했다. 24년 전 당시 '너무 긴장… 제 실력도 못냈다'던 본보 보도처럼 중압감에 시달렸던 선배들과는 달리 이날 후배들은 당당히 맞섰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어도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강했다. 해발 1753m의 고지대와 영하에 가까운 체감 온도 속에 탄탄하던 한국의 수비는 위력을 잃었다.

이청용은 2002년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21세 104일의 나이로 결승골을 터뜨린 박지성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역대 월드컵 두 번째 최연소인 21세 109일로 골을 낚으며 이름값을 했다

승점 3점(1승 1패)에 머문 한국은 23일 오전 3시 30분 더반의 모저스 마비다 경기장에서 나이지리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같은 조의 그리스는 나이지리아에 2-1로 역전승해 승점 3점(1승 1패)을 확보했다.

그리스와 승점, 골득실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조 2위에 오른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눌러 승점 6점(2승 1패)을 기록한 뒤 같은 시간 벌어지는 아르헨티나와 그리스전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아르헨티나가 예상대로 이기거나 비기면 한국은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의 숙원을 푼다.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꺾으면 승점이 같아져 골 득실을 따져야 한다. 한국이 나이지리아와 비기면 역시 그리스-아르헨티나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허정무 감독은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 총력전을 다짐했다.

아직 실망하거나 고개를 숙일 때는 아니다. 분위기를 추슬러 16강을 향한 마침표에 대비해야 한다. 더 큰 격려와 함성만이 그들에게 힘이 된다. "대~한민국."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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